“요즘 한인사회가 안전해졌나요”
새해 들어 LA 한인타운 안팎에 거주하는 한인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글쎄요, 아닌 것 같은데…”라는 대답밖에 나오지 않는다.
지난 2일 LA 다운타운에 있는 LAPD 센트럴 경찰서 브리핑 룸.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과 윌리엄 브래튼 LAPD 국장은 방을 가득 메운 기자들과 경찰관들 앞에서 이구동성으로“5년 연속 LA 시내 범죄가 감소했다. 뉴욕 다음으로 LA가 미국에서 두번째로 안전한 도시”라고 자랑했다.
두 사람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6년 LA 시내에서 전체 범죄는 전년 동기 대비 8% 줄었고, 4대 강력범죄 중 강도를 제외한 살인, 강간, 폭행범죄 발생건수가 모두 감소했다. 또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윌셔경찰서 관내에서도 지난해 강력범죄는 2005년 대비 6% 감소했고 램파트 경찰서 관내에서도 강력범죄는 8% 줄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갈 무렵 한 기자로부터“연임될 것 같으냐”는 기습질문을 받은 브래튼 국장은 옆에 서있는 비아라이고사 시장을 힐끗 쳐다보며 “LA 치안총수로 계속 일하고 싶다. 시장도 나와 생각이 같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시장 역시 경찰국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리더십과 능력을 겸비한 지도자”라고 상대방을 치켜세우며 즉석에서 승인 도장을 찍어줬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LA가 안전해졌다”는 시장과 경찰국장의 자화자찬식 이중창과는 달리 많은 한인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엊그제 같기 만한 지난 성탄절 20대 한인 남성이 실버레이크 지역에 있는 아파트 앞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고, 해가 바뀌자마자 글렌데일과 라미라다에서 한인 2명이 잇달아 목을 매 자살했다. 그런가 하면 LA 한인타운 내 주막‘친구야’에서 한인남녀 3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간 치정 살인사건의 범인은 사건발생 석달이 지났는데도 소재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인 범죄피해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강도는 어떤가.
일주일 전 한인타운 한복판에서 한인 할머니가 강도에게 핸드백을 빼앗기고 따귀까지 맞는 봉변을 당했고 이에 앞서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던 50대 한인남성이 강도가 휘두른 칼에 등을 20여 차례나 찔려 중상을 입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보도를 통해 한인관련 강력사건 소식을 접하는 한인들에게 커뮤니티 안전은 허깨비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한인타운 방범순찰대에 몸담았던 한 50대 한인은“통계는 어디까지나 통계일 뿐 한인들이 매일 접하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며 “한인사회 안전망은 뻥 뚫려 있다”고 지적했다. 병술년이 저물고 정해년이 밝았다. 새해의 희망을 얘기하기 전에 한인사회는 과연 안전한지 점검해 보고 그렇지 않다면 경찰에 지속적인 커뮤니티 치안강화를 요청하고 자체적인 방범대책을 세우는 등 안전 확보에 나서야겠다.
<구성훈>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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