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이 지나 아기가 목을 가누기 시작하고 다리에 힘도 채 생기기 전, 요즘 엄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유행처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예쁜 보행기를 준비하여 자랑스럽게 보행기에 아기를 앉히고 돌아다니게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 보행기란 물건이 어른들이 편하자고 만든 것이지 결코 아기들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평생을 걷고 앉고 해야 할 아기들에게 너무 일찍 세상의 맛을 보여 주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일입니다.
우선 우리 인간은 원래 동물에 속해서 네발로 기어 다니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러나 오직 인간만이 직립해서 걷기 때문에 척추에 무리가 가서 요통을 비롯한 여러 질환들이 생깁니다. 또한 중력의 영향으로 몸 속 장기들이 아래로 쳐지는 현상이 생겨 위하수, 자궁하수 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돌 전의 아기들은 장기나 뼈가 아직 제 자리를 잡지 못해서 아주 연약합니다. 그래서 어른들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던 아기가 뒤집으려고 애 쓰다가 팔다리에 힘이 좀 더 생기면 기려고 합니다. 기다가 척추에 힘이 생기면서 앉게 되고 급기야 서서 걸으려고 합니다. 이 과정들은 스스로 적당한 시기들이 있습니다. 먼저 설 수 있다고, 걷는다고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아가들은 제가 걸어야 할 때 걷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성장 시기에 기는 동작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보행기는 이 기는 동작을 더디게 하거나 안하게 만듭니다. 최근 한 보도는 아기들이 스스로 밀면서 걷도록 해주는 보행기가 아이들의 정신적·육체적 발달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뉴욕주립대(SUNY)의 로저 버튼 교수는 12일 출간된 `발달 행동 소아과학 저널’에서 보행기를 쓰는 아기들은 대체로 앉거나 기거나 걷는 것을 배우는데 느리고 정신 및 육체 발달 테스트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에서는 1세 미만의 아이가 보행기를 쓰는 비율이 70-90%라고 합니다.
자신의 목표물을 향해 힘써서 기어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아가들의 척추가 제 자리를 잡고 튼튼해져 가고 팔 다리의 힘은 더 세어지고 내부 장기도 자리를 잡게 되는데 보행기로 세상의 편리함을 일찍 경험한 아이들은 아마도 나중에도 편리함 만을 추구하게 되지는 않을는지요?
독특한 육아법으로 유명한 티베트에서는 건강한 척추를 위해 돌이 지나면서 서려고 하는 아기들을 못서게 하고 기어 다니라고 교육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척박한 환경에서도 그네들이 큰 불편 없이 살아가는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213)402-5349
조 선 혜 <동국로얄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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