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 좋고 노인회도 두개이니 동포들께 도와달라는 말을 차마 못하겠습디다. 우리끼리 쌈짓돈이라도 털어 설 잔치를 마련할까 합니다.”
민족의 명절인 설을 앞둔 워싱턴한인노인회의 겨울은 외견상 스산하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조금씩 이어져오던 후원의 손길이 요새는 눈에 띄게 줄었다. 한인회 선거나 행사 때면 여기저기서 도와달라며 찾던 인사들의 발걸음도 연말연시에는 뚝 끊겼다.
이런 사정 때문에 설을 앞둔 노인회는 고민에 빠졌다. 해마다 한식당 연회실에서 열어온 설 잔치를 여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동포 사업체들을 찾아다니며 후원을 받자는 이야기도 조심스레 꺼냈지만 자존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노인들이 손만 벌리고 다닌다는 인식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노인들에도 지키고 싶은 자존이 있습니다.”
김흥주 부장의 말처럼 노인회는 자식들이 준 용돈을 모아 오는 2월14일(수) 노인회 사무실에서 명절 분위기를 내기로 했다.
조촐한 음식을 차려놓고 그래도 명색이 잔치인 만큼 노래가 빠질 수 없어 회원 노래자랑이라도 한판 벌여볼 작정이다.
도갑석 사무총장은 “머나먼 객지에서 나이 들어 외롭게 살지만 명절 하루라도 만족스럽고 행복해지고 싶다”며 “함께 하는 우리는 쓸쓸하지도 외롭지도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비록 초라한 설 잔치를 준비하지만 노인들은 오히려 동포사회를 위해 주머니를 털어 1천 달러를 모았다.
조삼래 회장은 “적지만 동포사회를 위한 뜻 있는 일에 쓰여지길 기대한다”며 “오는 가을의 추석잔치만큼은 통합 노인회 이름으로 풍성하게 치르고 싶은 마음”이라고 새해 소망을 밝혔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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