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지역에 C라는 은행이 있다. 소위 잘 나가는 은행이다. 주 7일 오픈 등 차별적인 전략으로 영업망을 급속히 넓혀가면서 지난해 연 20% 가까운 성장을 했단다. 그런데 지난 1월 중순 한때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은행 간부 및 이사진이 은행과 갖고 있는 거래 관계에 대해 감독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발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은행은 이사장 소유건물에 지점들을 입주시키고 또 이사장 부인의 디자인 회사에 지점 인테리어를 맡기면서 연간 약 940만달러를 이사장과 그 가족 소유 회사들에 지급한 문제 등이 지적을 받아왔다고 한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났던 내용인데 은행 감독당국과 은행과의 관계, 그리고 은행 소유주들과 경영 간부 및 직원들의 도덕성과 윤리 등 측면을 보여주고 있는 기사였다.
사실 자본주의 체제의 미국에서 민간 기업치고 은행만큼 사사건건 정책당국의 감독과 규제를 받고 있는 곳도 없을 것이다. 모든 은행들은 거의 매년 연방과 주의 감독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감독국이 은행들의 살림을 발가벗기듯 속속 들여다보는 것은 바로 은행이 ‘예금’이라는 남의 돈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은행이 예금을 받지 않는다면 현행 규제의 90%는 사라진다고 한다. 실제 미국에서 예금이 아닌 자기 돈 가지고 금융사업을 하는 파이낸스 회사 등에 대한 규제 감독은 상대적으로 거의 없는 편이다.
은행들을 감독하는 기관 중 대표적인 것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인데, 말 그대로 은행들이 보험을 드는 곳이다. 만약 은행에서 고객들의 예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면 예금주에게 일정액(10만달러)까지 보장을 해준다. 은행이 망하게 된다면 고객들 예금 보전을 위해 보험공사 자체도 큰 손실을 보게 될 판이니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감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위 C은행의 경우처럼 은행 고위 관계자와 그 가족에게 수백만달러씩 렌트를 내고 공사비를 지불했다면 혹시 비용을 부풀려 은행에 부당한 손실을 끼치지 않았을까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자격이 안 되는 대출 신청자에게 돈을 내주라고 이사가 압력을 가한다면 그 은행의 여신 건전성이 나빠질 게 뻔하다. 이같은 일들이 축적돼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경영이 부실해지면 궁극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예금주들이다. 은행에 대한 감독기관의 감시가 심하고 은행가들에게 고도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한인 은행에서 일선 지점장이 남편 명의 계좌의 편의를 봐줘오던 것이 드러나 옷을 벗은 일이 있었다. 남의 돈이 모여 있는 은행 금고를 자기 금고처럼 생각하는 은행가는 자격 미달이다. 한인 은행들에서도 이사와 경영진, 직원들의 철저한 규정 준수와 윤리적 각성이 다시 한 번 필요한 시점이다.
<김종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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