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서 지금의 내 생활을 좋아한다. 교회에 헌금도 하고, 가난한 이웃에게 기부(donation)도 뜻 있게 하고 아들, 딸, 사위에게 생일날 선물도 사주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아내에게 진귀한 목걸이를 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는 이 생활을 사랑한다. 그리고 내 것으로 디자인 좋고 산뜻한 넥타이를 몇 개 사고 싶다. 직장을 잃어서 경제적으로 생활이 궁핍해진 지인에게 대가성 없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서 자신을 사랑하고 싶어질 때가 자주 있었다. 이렇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생기는 이 생활을 가장 사랑하게 되었다.
시간과 기운을 다 탕진하지 않고 십분의 일이라도 남겨서 자유와 한가로움을 즐길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싶다. 파란 잔디 위를 어린애처럼 밟아 보기도 하고 싶으며, 발목 위까지 올라온 반짝 반짝 빛이 나는 가죽 구두를 신고 쭉 펼쳐진 아스팔트 위를 걷는 것도 꽤 좋을 것 같다. 물론 봄에 나오는 나뭇가지를 만지는 것이나, 어린 아이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는 것도 역시 좋아 한다.
지혜롭고, 재주가 많은 사람은 그의 재능을 발휘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특성이 있다. 반면 어질고 덕망 있는 사람은 인생관이 확고하며 지조를 바꾸지 아니하고 한군데 머물러 있는 특성이 있다. 다시 말하면, 인색 하지도, 사치스럽지도 않는 검약의 생활, 난폭 하지도 않고, 비겁 하지도 않는 용기 있는 행동, 술을 마셔도 과음 하지 않고 적당히 마시는 습관, 그리고 이런 자세를 항상 유지하는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사랑한다. 비록 가난한 살림이지만, 세속적인 이해관계에 신경을 쓰지 아니하고 깊은 산속에서 대자연과 더불어 덕을 쌓고 편히 살고 있으므로 스트레스을 받지 않고 마음 편안하게 사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나는 무엇보다도 여러 사람을 좋아하며 살고 싶다. 옛 스승님이나, 우심이 깊은 친구 몇 명, 그리고 한 분의 목사님을 끔찍이 좋아한다. 물론 이분들과 함께 어울려서 서로 사랑하면서 생활하고 싶다.
대자연의 오묘한 섭리 속에,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 하늘에 떠있는 조각구름도, 창공을 날아가는 새들, 마른 단풍잎을 태우는 낭만이 깃든 추억들도 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이 내 마음을 사랑하고 싶어질 뿐이다.
오래된 가구들의 구상, 이것들로부터 풍겨나오는 고풍스러움도 좋아하고, 푸치니의 토스카 제3막 별은 빛나건만 오페라도 좋고, 한국의 유행음악 역시 좋아 한다. 이렇게 여유를 만들어 찾아가는 나의 생활을 사랑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빨간 2층 벽돌집을 사랑한다. 내 집이니까. 화초를 심을 뜰이 있고, 집세를 올리겠다든지, 집을 비워달라는 말을 아니 들을 테니 좋다. 내 책장들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을 수 있고, 앞으로 오래 동안 이 집에서 살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내 분신처럼 사랑을 하게 될 것이다.
나의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고, 고운 얼굴을 욕망 없이 바라다보며, 남의 공적을 부러움 없이 찬양하려고 애쓰고 있는 이 내 마음을 사랑케 하겠다. 여러 사람을 좋아하며 미워하지도 아니하며 욕심 내지 않고 순수하게 지금의 생활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
그리고 눈 내리는 이곳 거리를 아내와 같이 걷고 싶은 마음의 여유도 부릴 줄 아는 이가 되고자 노력 하겠다. 아울러 멋있고, 점잖게 늙어가고 싶다는 것은 욕심이 아니겠지.
<홍병찬,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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