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 종파간의 살육전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굳은 표정으로 거리를 걷고 있는 이라크인들. 이 살육 극을 피해 수백만의 이라크 인들의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48시간 안에 문을 닫지 않으면 스스로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한 가게에 날라든 쪽지다. 상점주인은 장사를 포기했다. 그리고 피난에 나섰다. 크리스마스다. 그러나 조용하다. 드러내놓고 성탄의 날을 기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 무려 40구의 시체가 발견됐다. 손목이 잘려 나갔고 무차별 총격을 받은 상태다. 그리고 다음날 또 15구의 시체가 발견됐다. 이 시체들 중 상당수는 기독교도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상황은 절망적’… 해외탈출 가속화
미군과 동일시, 무차별 테러에, 살육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이라크다. 테러와 종파분쟁의 살육극이 매일같이 보도된다. 그 당사다들은 시아와 수니, 이슬람 양대 세력에 크루드족이다. 이라크 전 4년째를 맞아 세계의 이목은 이들에 쏠려 있다.
그 와중에 제4의 그룹은 아예 그 존재도 보이지 않는다. 전쟁 전 한 때 140만을 헤아리던 이라크의 기독교도들이다.
이라크에서 기독교의 공동체는 2천년의 역사를 가졌다. 그 오랜 세월동안 박해를 견뎌내며 생존해 왔던 이라크 기독교 공동체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의 군대가 해방군으로 이라크에 진공했다. 그런데 기독교도들의 수난은 더 가중되고 있어서다.
사담 후세인은 분명히 무자비한 독재자였다. 그러나 기독교도들을 따로 탄압하지는 않았다. 후세인이 축출된 후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시아, 수니파 등의 원리주의자들은 이라크 기독교도들을 미국과 동일시하며 테러에, 무차별 살육을 자행해온 것이다.
기독교도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민병대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이슬람 원리주의자 무장집단, 범죄조직 등의 공격대상으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군이 큰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일부러 외면을 당하고 있다고 해야 할 판이다. 이라크 내 특정그룹을 선호하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부시 행정부의 지침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이라크를 해방시키러 온다고 들었을 때 상당히 기뻐 들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다. 우리는 너무나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세 아들과 함께 시리아로 피신한 한 이라크 기독교인의 말이다.
이라크의 기독교인들에게 해외탈출은 이제 유일한 희망이다. 절망적 상황에서 그 길만이 살길이기 때문이다. 해외로 탈출한 이라크 난민의 30% 정도가 기독교도라는 게 유엔의 추측이다. 이라크 전체 인구에서 기독교도가 차지한 비율을 감안할 때 이는 놀라운 숫자다.
해외로 탈출했다고 해서 신변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난민들이 정착하게 되는 곳은 준 ‘악의 축’으로 불리는 시리아다. 일부는 요르단이나, 레바논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 지역들이 그렇다. 기독교도에 대해 관대한 지역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책은 이라크 기독교도들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국행을 원한 이라크 기독교인 숫자는 지난해에만 10만 여명을 헤아렸다. 그러나 이중 200여명에게만 미국입국 비자가 주어졌다. 이라크 난민에게 대량으로 비자를 발급할 경우 이는 미국이 이라크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들은 그러면 다시 조국에 돌아 갈 수 있을까. 영원한 망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내전이 치열해지면서 이라크에 남아 있는 기독교도들에 대한 박해가 날로 가중되고 있어서다. “이라크 기독교인들은 절망적 상황에 있다. 전 세계가 이들에게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전 바그다드 박물관장이었던 도니 조지박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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