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는 미드족이 있다. 미국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을 뜻하는데, 석호필 신드롬을 앓고 있는 20-30대가 미드족이다. 석호필을 모른다면 당신의 청춘지수를 의심해보라는 경고도 떠돈다. FOX시리즈물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의 한국식 이름인 석호필. 지난 설 연휴 한 케이블 방송이 21시간 연속으로 이 프로를 방영했는데, 케이블 시청률 1위를 기록했을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드족의 일상을 보면 방에 있던 TV를 치워 버리고, 대신 19인치 액정(LCD) 모니터를 들여놓고 산다. 물론 TV를 대신하는 건 컴퓨터이고,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드라마를 모니터로 시청하며 남보다 앞서가는 삶을 누린다.
과거에도 미드족은 있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의 미드족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것 같다. 과거 전성기를 누렸던 미국 드라마들은 공중파의 일방주의였고, 시청자는 수동적인 구경꾼이었다. 심지어 방송사는 싼값에 들여오느라 미국에서 방영된 지 10년이 지난 드라마를 틀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케이블 TV와 인터넷의 등장이 이 같은 흐름을 바꿔 놓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의 입소문을 통해 먼저 알려지면 방송사가 뒤늦게 드라마를 사서 방송하는 경향도 생겨났다. 한마디로 네티즌이 콘텐츠 순환을 주도하고 있다.
사실 미드족의 생활상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비디오 폐인이라는 한인들 중에도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이들이 있다. 차이점이라면 한국은 미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반면에, 정작 미주 한인들은 미국 드라마보다는 한국 드라마에 열광한다는 사실. 그렇다고 거꾸로 사는 세상이라 웃어넘기기엔 세상이 너무나 요지경이다.
미드족은 20세기의 코드였던 대중이 IT의 발달과 함께 쪼개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미디어의 위력이 강해지면서 미래의 TV는 시청자가 편리한 시간에 프로그램을 선택, 시청하는 기능으로 바뀌어간다. 자신이 편성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시대가 편리하고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셀폰만 봐도 하나의 제품에 여러 기능을 집어넣어 선택의 갈등만 겪는다. 제품에 기능이 많아질수록 가격은 비싸지고 사용하기도 어렵다. 한마디로 인생만 복잡해질 뿐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이 많은 기능을 원하고 활용하느냐.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무한한 정보의 바다에서 유용한 지식을 걸러내는 능력이 미래의 부를 축척하는 잣대가 된다니 배울 건 배워야 한다. 가뜩이나 복잡한 인생인데 생필품까지 공부해야하는 세상, 단순하게 사는 건 이미 틀린 일이지 싶다.
<하은선> H 매거진 차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