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무진 한국여인 야물이’ <22>
▶ 맹도티 쉬러 저, 신명섭 교수 역
일단 스쿨버스 “정류장”에 다다르면 문제가 또 발생했다. 듀키는 지나가는 차들을 추적하는 게 취미였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한 견과(犬科) 스포츠를 예방하고자 나는 꿇어앉아서 듀키를 한 손으로 안았다.
듀키는 자동차추적보다 내가 안아주는 걸 더 좋아해서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그러고 있었다. 내가 버스에 오르면 듀키는 얌전히 뒤돌아서 우리 시골길을 따라 집으로 갔다. 그 길은 대로에서 불과 몇 미터 안 되었다.
나는 왜 진작 그 길을 따라 버스정류장으로 가지 않고 개 떼가 달려드는 뚜뚜 맨네 목축장을 지나다녔던가? 그 옛 시골길은 정글 나무들이 늘어져 있어서 빛도 들지 않고 축축했다.
여기저기 패인 데랑 흙탕물 웅덩이도 많아서 단 한 켤레뿐인 내 신발에 안 좋았다. 내가 대학에 가려고 집을 떠나게 되자 해리가 듀키를 인계받았다. 해리가 뚜뚜 맨 도살장의 정육검사관이기도 한 어느 수의한테 듀키를 데리고 가서 진찰을 받게 했더니 상심 병(傷心病)에 걸렸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리가 잘 보살펴준 덕분에 듀키는 곧 그의 개가 되었다. 개도 사람처럼 감정을 처리하는 능력이 여러 가지다. 듀키는 해리를 숭배할 정도로 잘 따랐다.
해리도 나처럼 언제 떠나버리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학교에 간다든가 다른 일이 생기면 해리는 듀키 몰래 빠져나가야 했다.
우리가 몰랐던 일인데, 듀키는 자유분방한 데가 있어서 도살장 덤프로 곧잘 가곤 했다.
그런데 누군가 화가 나서 듀키 목에다 끈을 매가지고 숲 속으로 끌고 갔다. 듀키는 능히 줄을 끊을 힘이 있었으나 그냥 따라가서 총에 맞아죽었다. 해리는 개를 찾으러 다니다가 그 사건을 알게 되었다. 애견을 잃어버린 슬픔에 미칠 듯이 마음이 산란해진 해리는 뚜뚜 맨을 찾아갔다.
그는 남을 언제나 공평하게 대하는 사람이었는데, 해리의 말을 들으며 틴에이저의 비통한 마음을 공감했다. 그리고는 묵묵히 집에 들어가 장총 한 자루를 가지고 나오더니 자기의 개 한 마리를 그대로 쏴 죽였다는 것이다!
일종의 참회, 아니면 정의라 할 뚜뚜 맨의 그 믿기 어려운 처사를 보고 해리는 완전히 쇼크를 받았다 (뚜뚜 맨이 보니까) 그러기를 바라고 뚜뚜 맨을 찾아간 것은 전혀 아니었으나, 그 뜻밖의 놀라운 일이 있은 후로 듀키의 사건은 일단 매듭이 지어졌다. 뚜뚜 맨네와 우리는 대가족이나 다름없이 돈독한 관계를 소중하게 유지했다.
우리의 평화로운 파나에바 숲은 매년 4월 말이 되면 마일레(향기로운 maile)를 따러오는 지역주민들 때문에 시끌벅적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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