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주한인이 출간한 ‘선비답게 산다는 것’이란 제목의 책이 나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정 선비답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영어로 말하자면 Class가 있고 Noble한 삶이랄까, 질과 품격이 높은 삶을 영위하는 걸 뜻한다. 우리말로 쉽게 풀어서 체통을 지키며 살고 불의에 굴하지 않고 비리와 타협하지 않으며 올곧게 사는 걸 말하지 않겠는가.
가진자들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돈 조금 있다고 거들먹 거리는 사람들은 선비답게 산다는 것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고 샹각한다. 평소에 책을 가까이 하지 않은채 잡기에만 몰두하고 유흥에만 혈안이 된 사람들이 어찌 선비답게 사는 법도를 알겠는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있는 ‘선비’의 뜻을 보면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이르는 말”로 되어 있다. 일언해서 ‘학식과 덕행을 고루 갖춘 사람’이 아닐까. 가방 끈은 짧을 수 있지만 덕행을 하고 학식을 갖추는 일은 꼭 일류대학을 나와야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선비답게 사는 걸 논하면서 ‘조선의 선비들’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당시 기개 높은 선비들을 보면 명예와 재물 대신 학문과 예술을 사랑했고 사는 멋과 여유를 갖고 베푸는 삶을 영위했다. 신분제 사회의 특권을 누린 양반들도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에 바탕을 둔 고고한 삶을 구가했다.
‘선비답다’는 말 자체가 뒤떨어진 것으로 치부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불행이고 슬픔이 아닐 수 없다. 권력과 명예, 재물을 탈취하기 위해 온갖 술수와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움직이면 국가의 존속이 위태로워지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며 국민이 불행해짐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비록 이민생활이 고달프더라도 틈틈히 책을 가까이 하고 기품있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노력은 경주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전관성/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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