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 한인이민 104주년 특별 연재, 빅 아일랜드 해리 김 시장의 가족 이야기
▶ 맹도티 쉬러 저, 신명섭 교수 역
어떤 군인 하나는 우리가 떨어져 있는 감자를 줍고 있어도 관심 없이 보고만 있었다. 우리는 주워 모은 감자를 튀겨서 스낵으로 먹었는데, 그건 가뭄에 콩 나듯 희귀한 특식이었다.
우리는 빵, 쌀, 토란, 고구마, 감자 등에서 전분을 얻었고, 가끔 거기 와 있는 군인들한테서 청량음료를 구입했다.
황색, 올리브색, 브라운색 피부의 아시아인들만 옹기종기 모여 살던 조용한 우리 올라아 마을은 카키색 유니폼의 씩씩한 군인들이 들어와서 붐비는 국제도시로 둔갑했다. 여러 가지 사업도 잘 되었다.
하나뿐인 극장은 지역주민과 군인들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관객이 더 앉을 수 있게 앞줄에는 목조벤치를 몇 개 가져다 놓았다.
벤치에 앉으면 고개를 치키고 스크린을 봐야 했다. 누가 내 어깨를 가볍게 치는 것 같아 뒤돌아보니 어느 군인이 허시(Hershey) 초콜릿 한 개를 내밀었다.
따지 않은 옹근 초코 한 개! 초콜릿 옹근 것 한 개를 혼자 먹어보기는 그게 머리에 털 나고 처음이었다.
그때 내 나이 아홉 살. 영화내용은 잊어먹었지만 그 초콜릿에 대한 것은 자세히 다 기억한다. 아버지의 Model T는 군인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흥미롭게 바라다보았다. 영흥이와 해리는 그 차를 타고 가다가 하이웨이에서 군인들을 보면 얼굴을 내밀고 입이 찢어지게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V 사인을 만들어 내흔들었다. 군인들도 같은 식으로 손을 내저으며 응답했다. 부모님은 만나는 군인들을 다 좋아하셨다. 말도 걸고 우러러보았다.
차를 타고 비포장 시골길을 덜거덩거리며 가고 있는데 어떤 군인 하나가 마셰테로 다 익은 판다누스열매를 따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판다누스열매는 사실 딱딱한 오렌지색 씨 덩어린데, 먹을 수 없는 것이다.
아버지는 차를 세우고, 파인애플처럼 생긴 그 열매를 가리키면서 “This no can eat, no eat라고 설명해 주셨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 그 군인한테 줄 파인애플이 없었던 게 아쉽다. 파인애플은, 판다누스(라우할라)와는 달리, 파나에바 숲 식물군의 일부가 아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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