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그때 그 자리에 계셨기에 오늘의 제가 있습니다”
10년전 강도의 총격에 부친을 잃은 한인 학생이 당시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헌신적 지도로 훌륭하게 성장, 지역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윌슨 박(17, 한국명 슬기)군과 페리홀초등학교의 샤론 쉬플렛 교사.
이들은 지난 4월 27일 에섹스 소재 실업계 학교인 이스턴 보케이셔널 고교 ‘우등생 오찬’에서 재회했다. 전공별로 각 2명씩 모두 14명의 학교와 커뮤니티에서 인정받고 우수한 학업성적을 거둔 졸업반 학생에게 주는 ‘올해의 우등생’에 선택된 박군은 2명의 ‘가장 고마운’교사를 초대하게 되자 당연하게 쉬플렛 교사를 선택했다.
지난 1997년 11월 1일 볼티모어 시내 구 메모리얼 스테디엄 인근의 자신이 운영하던 그로서리 업소에서 강도에게 피습 당한 박군의 부친 고 박병완씨(당시 44세)는 메릴랜드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7일 만에 숨을 거뒀다.
졸지에 가장을 잃은 미망인 박명옥씨와 당시 11세, 8세였던 윌리엄과 윌슨 형제가 비통에 빠져있을 때 따뜻한 손길을 건넨 친척과 이웃들을 이들 가족은 평생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초등 3학년이던 윌슨의 담임인 쉬플렛 교사는 매일 윌슨의 급우들이 위로의 편지를 작성, 슬픔을 함께 나누게 했다고 박명옥씨는 전했다. 또 박씨는 “쉬플렛과 동료교사들이 위로금을 모아 보내줬으며, 카운슬러도 소개해줘 아이들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우수한 성적과 함께 학교 라크로스, 농구, 육상팀에서 활약한 박군은 장학생으로 시라큐스대에 진학한다.
지난 11일 시북동부인 페리 홀, 화이트 마쉬, 킹스빌 등지의 지역신문인 노스이스트 부스터지는 박군과 쉬플렛 교사의 애틋한 재회를 전했다. 부스터지는 학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쉬플렛은 감성적으로 항상 열려있고, 따뜻하게 아이들을 잘 돌보는 좋은 교사”라고 소개했다. 또 쉬플렛 교사는 이 신문에 “윌슨이 항상 최선을 다했고 그에겐 좋은 교사들과 친구들, 카운슬러, 훌륭한 어머니가 곁에 있었다”며 “훌륭한 젊은이, 아들, 학생, 운동선수로 자라줘서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박명옥씨는 “그 당시 도움을 준 쉬플렛을 비롯 윌슨을 아들같이 보살펴준 고 스티븐 컬리와 친척들에게 항상 감사한다”며 “사랑하는 한 사람을 잃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을 얻는다는 지인의 말이 현실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올해 11월 8일이면 고 박병완씨의 사망 10주기가 된다. 아마도 그날에는 그의 묘소에 꽃을 놓으며 가족들이 서로에게 하던 말을 그에게 속삭일 듯하다.
“아빠, 우리는 가난하지만 마음은 부자랍니다”
<권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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