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덕목사(오메가연합감리교회)
내가 살고 있는 리지필드 공원은 뉴저지 버겐카운티 안에서 올드 타운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타운 사람들은 역사적인 유물이나 행사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독립기념일이 되면 소방서나 경찰서는 물론이고 어린 학생들로부터 1.2차 세계대전, 한국전, 월남전 그리고 최근의 이라크 병사들까지 심지어 목사님이나 신부님까지 참여하는 축하 퍼레이드는 대단하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타운의 가장 넓은 도로인 유클리드 애비뉴에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는데, 매년 메모리얼 데이가 되면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꽤 오랜 전통의 하나로 한국전쟁에 대한 기사를 전시하고 있다. 미국인들에게는 잊혀진 전쟁으로 알려져서인지, 6.25전쟁의 발발부터 종전까지 어떻게 전투가 벌어졌는지 상세한 전쟁 상황을 지도와 함께 설명한 글을 전시하고 있다.
나는 매일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 어릴 때 나의 고향 시냇가에 부서진 탱크에서 놀던 생각이 난다. 6.25전쟁이 끝난 후 마땅히 놀만한 놀이터도 없어서 그곳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 후에 사람들은 부서진 탱크를 뜯어다 엿장수에게 팔아먹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부서진 탱크를 마을 어귀에다 세워놓고 6.25전쟁에 대한 기록과 더불어 기념비를 만들어 후대 사람들에게 교육의 장소로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아쉬운 생각을 해 본다. 역사를 모르고 역사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개인이나 국가는 언제든지 남에게 지배를 받거나 무시를 당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2차 대전 때 일본군에 의한 정신대의 만행으로 우리의 어머니 할머님들이 꽃다운 나이에 전쟁터에 짐승처럼 끌려가 성적으로 짓밟힌 분명하고 가슴 아픈 역사가 있음에도, 일본은 그런 역사적인 기록이 없다고 사과는 커녕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때의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버젓이 자랑스럽게 참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에 독일에 가면 지금도 히틀러 때 깨어진 예배당이 그대로 서 있고, 유대인들 600만 명을 학살한 가스실도 독일인 스스로 그 부끄러운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이 그 침침한 가스실에 들어가면 계속해서 거기서 절규하며 죽어갔던 사람들의 이름이 소름이 끼치도록 엄숙한 음성으로 계속 호명되어 방송으로 나온다고 한다. 설명이 필요 없다.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존하여 외국인 관광객들이나 후손들에게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8.15광복절이 되어도 6.25회상일이 되어도 기념식을 드릴만한 마땅한 장소조차 없다고 한다. 부끄러운 역사라고 역사적인 현장을 없애 버려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건축물 중 하나인 경회루를 건축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설계도조차 찾을 수가 없다. 고려자기나 삼강청자, 최초의 금속 인쇄활자에 대한 기록이나 기술을 기록해 놓았더라면 지금 우리는 훨씬 더 발전된 문명을 세계 사람들에게 자랑하게 되었을 것이다.성경의 인물 가운데,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약속의 땅을 정복한 결단력 있는 지도자요, 가나안의 꿈을 실현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지도자로만 알기 쉽다. 그러나 여호수아가 위대한 것은 가나안 정복과정에서 하나님의 하신 일에 대하여 자세히 율법 책에 기록하고 사건의 현장을 후손들을 위한 교육과 교훈의 현장으로 남기기 위해 곳곳에 증거의 돌, 즉 기념비를 세웠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역사의 주관자시다. 하나님이 성육신하셨다는 것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역사 속에 오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히스토리(History)는 히즈 스토리(His-Story)다. 역사는 단순한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이 역사 속에 어떻게 자기 자신을 계시하셨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메모리얼 데이에 과거의 역사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무언의 함성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꽃과 같이 젊은 나이에 자유를 위해 산화한 한국전쟁 희생자들을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빨간 장미꽃 한 송이를 바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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