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발발 4년이 넘어 아직도 쌍방간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할리우드가 이라크전을 다룬 영화들을 본격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디어 헌터> <지옥의 묵시록> 및 <플래툰> 등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가 전쟁이 끝난 지 몇 년 뒤에야 만들어진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라크전을 다룬 영화 중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지난 5월 요르단에서 촬영을 마친 <하디타 전투>(Battle for Hadithaㆍ사진)이다. 영국 감독 닉 브룸필드가 만든 이 영화는 2005년 이라크의 안바르주 하디타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미 해병 킬로 중대원들의 이라크 민간인 24명 학살을 다룬 것으로 실제로도 이 사건에 연루된 해병들에 대한 군 재판이 곧 시작된다.
브룸필드는 미군측과 이라크인측의 견해를 공평히 다루기 위해 실전에 참전했던 미 해병들과 이라크 난민 등 배우가 아닌 일반인을 대거 기용했다.
영화 주인공 중 하나인 엘리옷 루이스 전 해병 하사는 이라크전투에서 거의 생명을 잃을 뻔했던 사람이다. 영화에서 전우가 죽자 이성을 잃고 닥치는 대로 이라크 난민을 학살한 라미레스 하사로 출연한다.
브룸필드는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미군역을 맡은 배우들의 대사와 활동을 그대로 찍는가 하면 이라크 배우들에게는 즉흥적 연기를 시켰다. 그러나 아직까지 할리우드의 어떤 메이저도 이 영화를 배급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영화를 미국인들에게 보여주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주장 때문이다.
이밖에 내년 개봉을 예정으로 현재 제작을 준비 중인 <노 트루 글로리: 팔루자 전투>(No True Glory: The Battle for Fallujah)도 실전을 다룬 영화다. 2004년 대미 저항군이 점령한 팔루자시를 공격한 미군 장군의 얘기로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다.
현재 제작 중인 영화들의 특징은 영웅담식의 <노 트루 글로리>를 제외하고 모두 수만명의 사상자를 낸 이라크전에 점차로 반대하는 미국민들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가을에 개봉될 <스탑 로스>(Stop Loss)는 여류 킴벌리 피어스가 감독을 맡은 영화로 이라크전에 다시 투입되는 것을 거부하는 귀향 군인(라이언 필리페)의 이야기다.
그리고 커스튼 던스트가 나오는 <스위트 릴리프>(Sweet Relief)는 2005년 바그다드 공항 근처에서 자동차 자살폭탄 폭발로 죽은 미 봉사요원 마리아 루지카의 실화다.
이밖에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역시 이라크전을 다룬 <진술>(Redacted)의 촬영을 요르단에서 마쳤다. <크래쉬>로 오스카상을 받은 폴 해기스 감독은 이라크전 참전 후 귀향한 아들의 실종을 수사하는 아버지(타미 리 존스)의 이야기를 연출할 예정이다.
또 여류 캐스린 비글로는 이라크 주둔 엘리트 폭탄제거반의 이야기를 다룬 <허트 로커>(The Hurt Locker)를 감독하며 피터 버그 감독은 전체 학부모의 3분의 1이 이라크전에 투입된 콜로라도 고교에 관한 드라마 <앱센트 하츠>(Absent Hearts)를 만들고 있다.
또 세 재향군인의 얘기를 다룬 <귀향>(The Return)에는 젊은 유망주 레이철 맥애담스가 주연한다.
이미 만들어져 배급을 기다리고 있는 영화가 지난 1월 선댄스 영화제서 선을 보인 <그레이스는 갔어>(Grace Is Gone)다. 이 영화는 이라크전에서 사망한 아내 대신 어린 자녀들을 돌봐야 하는 남자(존 쿠삭)의 드라마다.
그럼 과연 미 시민들은 아직도 진행 중인 이라크전을 다룬 영화를 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에 대해 뉴저지의 럿거스대에서 미국학을 가르치는 H. 브루스 프랭클린은 “지금 미국인들은 최후 단계에서야 관심이 고조됐던 베트남전과 달리 이라크 전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뚜렷한 의식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미국 시민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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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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