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하고 상쾌한 그 바람이 아직도 느껴진다. 높이도 없는 하늘은 바다와 만나 언저리가 가물하다. 설레는 항구의 공기가 나의 감각을 들뜨게 한다.
배를 타며 돌아보니 선착가에서부터 갈매기가 따라왔다. 뚱한 몸을 뒤척이며 부드덕거리는 갈매기, 날씬하게 선을 긋는 갈매기, 그리고 또 갈매기들이 머리 위에서 선회한다. 배를 따라 물거품이 요란하고 때로 갈매기들은 거품 위에 내려 앉는다. 섬까지 갈매기들은 배를 따라온다. 그러나 배가 항구에 들 즈음에 갈매기들은 배처럼 물 위에 모두 내려 앉았다. 지금 여기저기 정박한 갈매기들은 대체 무엇을 좇아왔던 것일까? 배가 일으키는 물거품이 사라지는 것을, 혹은 섬에 머무는 배의 고요를? 사라지는 것들을 좇아 방향을 잡는다는 것은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섬으로 들어가는 버스는 사람을 고달프게 했다. 염치 없이 간섭하기 좋아하는 아주머니들과 애써 무심한 척해 보이려는 계집아이들과 섬을 찾아온 서툰 방문객의 옷에서 오후의 햇살이 꼼지락거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다가 보였다. 바다는 따스하고 온갖 것들과 어울려 있다.
멀리 모래와 물결 사이에 길항하고 선 사물들이 있다. 어떤 것은 등을 구부리고, 어떤 것은 굵은 장대를 어깨에 지고 육지에서 등돌려 바다를 향해 허덕이고 있다. 다가가 보니 멈추어 선 그것들은 배에서 떨어져 나온 녹슨 닻들이다. 한쪽은 모래에 묻히고 또 한 끝은 물결에 잠겨서 시달리는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바다를 향한 그들은 모래에 엎드리고 바닷물에 손을 적시며 멀리 무엇에 형벌받고 있는가. 결핍과 열망 사이에 그치지 않는 존재들, 바닷물은 수없이 와서 스미며 속살대고 있다. 땅 위의 것들은 끝없이 방황한다.
해진 후의 밤바다는 암흑이었다. 빛을 내는 것들만이 수면에 혼잡했다. 사람들은 육지에 닿으려고 벌써부터 몰려 나왔다. 바다는 따스하고 온갖 것들과 어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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