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건목사(가득한교회·뉴저지)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릴 태세다. 휴가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휴가란 말. 동병상린일까? 휴가 없이 사는 백성, 말없이 땀만 흘리는 한인들이 아직은 많지 않은가 싶어 마음이 아려온다.
일중독인지. 휴가를 갔다 온들 할 일 줄어들겠는가 싶어 바람이나 쏘이기로 했었다. 가까운 바닷가에 갔었는데, 홀가분하지만은 않았던 기분. 몸과 마음은 쉬는데 여전히 편치 않은 기분을 어쩌지 못했었다. 도대체 쉼이란 게 뭘까, 반문해 보았던 지난여름이 생각난다.
한 지인이 연일 쉬지 못하고 일하는 것이 안타까워 찾아간 적이 있었다. “좀 쉬면서 살아야 할텐데” 하는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마음속으로부터 나오는 말을 삼키다가 겨우 꺼낸 한마디. “내가 목사라서 그런가, 기도회라도 나오지, 기도하는 것도 쉬는 것 아닌가 싶은데”. 육신이 피곤한 현실 앞에 기도의 안식이라는 고백적 대답이 왜 그리 마음을 소심하게 했던지.
작년부터 내 자신에게 그렇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는데. 그래도 그 말 한마디 하자, 마음 한 켠에 희망의 빛이 살며시 나를 안정시켰다. 그래 사실 기도가 쉼이라는 게 진실이어야 한다!쉬고 싶을 때 마다 장난스레 하지만 진지하게 던지던 질문. “우리가 살기 위해서 쉬는 것일까,쉬기 위해 사는 것일까?” 일하는 인생이 도달해야 할 목표가 쉼이라는 말씀인가? 안식일의 의미를 가장 깊이 묵상했던 때가 바벨론 포로기 였다고 하던데.
쉼이란 일하다 힘들어 하던 일 멈추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으로 힘들 때에 거룩함에 자신을 던져보라는 말이 아닌가 싶다. 흙으로 빚어진 육신에 하나님의 입김으로 불어 넣어진 영혼을 소유한 인간. 쉼도 육신이 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은 당연하지 싶다. 그래 영혼까지 쉬어지는 쉼이어야 한다.
마카리우스라는 사막 수도사가 기도하며 사람의 마음 상태를 성찰하였다. “마음은 그저 조그마한 그릇과 같다. 그 곳에는 용도 살고, 사자도 살고, 온갖 위험한 짐승들, 악한 것들이 웅크리고 있다. 거칠고 구불한 길, 응어리진 것들이 진치고 있다. 하지만 그 곳에 하나님도 계신다. 천
사들도 있다. 생명의 모습도, 하늘나라와 빛, 믿음의 사도들도 있다. 천상의 도시들과 그 분의 은혜도. 이 모든 것들이 그 조그마한 마음에 들어있다.” 영혼이 쉰다는 것 마음에서 천상의 보화를 찾는 것 아닐까? 세상에 살다 지친 마음은 온갖 위험한 짐승들만 본다. 마음에 있는 천상의 도시를 보지 못한다. 그래서 마음이 고요해져야 한다.
기도하는 사람의 영혼이 쉼을 얻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서 영혼의 쉼이 있다는 말 한마디 할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일하기 위해 쉬는 휴식보다야, ‘나는 쉼이 허락된 인생을 사는 자’라는 고백이 더욱 복되다. 휴가다운 휴가는 영혼에 안식을 회복하는 것이다. 올 여름엔 육신의 회복과 영의 회복을 다 이루는 휴가 한 번 가보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