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기목사(제자교회)
스위스의 기독교 심리학자 폴 트르니에는 사람이 혼자가 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결혼이고, 또 하나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주어진 것이 교회이다. 교회는 그 단어의 뜻 그대로 ‘부름 받은 사람들의 공동체’다. 그런데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아니 교회들이 예수와 나, 예수와 내 교회와의 관계만을 중요시한 나머지 나, 내 것, 내 교회는 있는데 우리가 실종되어 버렸다. 보낸 분의 뜻은 실종되고 사람들이 주인이 되어 버린 듯하다.
우리 교회에서 매 주일 설교 CD를 만들어 여러 장소에 갖다가 놓는다. 그런데 놓은 자리에 박스는 없고, 누군가에 의하여 치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심지어 눈에 잘 띄는 장소를 차지하기 위해 강력접착제로 CD 박스를 고정해 놓은 것도 있다. 내 교회를 지성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말씀이 담긴 CD를 무슨 마음으로 갖다 놓는 것인가? 오로지 내 것, 내 교회만을 생각하는 마음들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한 리서치 기관에서 사람들에게 물었다. 교회를 왜 다니십니까? 교회에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친교, 감동을 주는 설교, 좋은 프로그램, 자녀들을 위한 유익
한 교육시스템과 시설, 그리고 편안한 마음을 누리는 것이 주류를 이루었다.
교회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거룩하게 만들기 위한 공동체이다. 만일 교회들이 이런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고 예수를 믿기만 하면 이 세상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식의 가르침으로 교회 성장을 이룬다면 그것은 인간이 만든 성장이며 교회가 아니라 종교적인 클럽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교회들이 해야 할 과업과 기능만을 강조한다면 결국 교회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 정체성을 찾기 위하여 회복되어야 할 것이 사랑이다. 신앙의 가장 중요한 원리는 사랑이다. 이 사랑은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의지적인 것이다. 천성적으로 사람은 남을 이기려 하고, 앞서는 것을 좋아하도록 태어난다. 그러나 교회가 가르쳐야 하는 사랑은 의지적으로, 자발적으로 져주는 것이며,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교회는 경쟁력보다는 져주는 기쁨, 앞서는 것보다는 뒤에서 느끼는 희열을 맛보게 하는 곳이어야 한다. 교회를 다니는 목적이 세상의 가치와 목적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신앙은 옳고 그름의 싸움이 아니다. 나의 옳음이 자랑으로 나타날 때 사랑은 달아나 버린다. 하나님이 우리 인간들을 항복 시키는 방법이 무엇인가? 인간은 자신이 틀린 것이 드러난 순간에도 어기짱을 놓은 동물이다. 하나님은 가장 옳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십자가에서 인간의 틀림 때문에 죽어주었다. 이 십자가 때문에 우리가 항복하게 되는 것이다. 교회를 다니는 이유와 목
적은 바로 이 하나님을 닮기 위함이다. 딸아이가 13살이 되던 해 학습세례를 받으면서 받은 질문이 왜 교회를 다니며, 왜 예수를 믿는가? 였다. 딸아이의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명쾌했다.
“To be like Jesus!(예수를 닮기 위해서!)”
교회가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야 할 것은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도 아니고, 많은 구제나 봉사를 통하여 얻는 세상의 좋은 평판도 아니다. 교회는 세상과 다른 원칙과 윈리에 의하여 움직이는 공동체라는 것이다. 그 원리가 바로 사랑이다. 이익이 아닌 손해를 통하여 얻는 기쁨이 있
는 곳, 정상보다는 아래에서 맛보는 기쁨이 있는 곳이 교회이어야 한다. 교회는 이러한 원리와 원칙으로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을 남기는 곳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닮은 사람들이 태어나서 기고, 걷고, 뛰게 되기까지 같이 훈련하는 곳이다. 이것이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요 목적이다. 이것이 교회를 다니는 목적이 되어야 한다. 당신은 왜 교회에 다니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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