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노스케(47)는 일본 최고 명문 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19년간 뛰었던 ‘교진(거인) 원클럽맨’이다. 그는 이승엽의 일본 활동 시절 중계에 자주 등장해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올해로 출범 90년을 맞은 일본 프로야구(NPB) 역사상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이다. 그 명성과 성골 혈통을 바탕으로 요미우리 코치를 거쳐 2024년부터 감독으로 활약했다. 이 자리는 요미우리에서 몸담은 전설적인 슈퍼스타들만 취임할 수 있는 ‘교진의 심장’ 같은 직책이다.
■ 그가 최근 가정폭력 문제로 불명예 퇴진했다. 사건의 발단은 아베의 두 딸(18세와 15세) 사이 갈등이었다. 자매의 다툼이 심해지자 아베가 그만하라면서 큰딸을 밀쳤는데, 불만을 품은 큰딸이 아동상담소에 이 사실을 알렸다. 상담소가 경찰에 이를 자동 통보하면서 가정폭력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가족 간 문제로 폐를 끼쳤다”며 “전통 있는 요미우리 감독의 명예마저 더럽힌 점을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 이 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인공지능(AI)의 역할이다. 딸은 다툼 이후 챗GPT를 통해 방법을 찾았는데, AI가 제시한 해결책이 상담소 문의였다. 나비효과는 컸다. 구단은 명예를, 팬은 레전드를 잃었다. 아베는 가장 명예로운 자리를 상실했고, 아베 가족은 연봉 14억 원의 유능한 가장을 잃었다. 딸도 후회막심이다. 경찰이 아빠를 체포하자 울음을 터트리며 당황했다고 한다. AI의 조언은 누구도 원치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 가정폭력을 무마하자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 AI에 전적으로 가치 판단을 맡길 때 초래될 엉뚱한 결과를 유념하자는 것이다. 인간은 싸우고 갈등하고 전쟁을 일으키지만, 양보·타협·협상을 통해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 일에도 익숙하다. 아베 가족에게 닥친 일은 AI가 보편화된 세상에서 자주 경험할 미래다. AI의 조언은 가장 효율적이겠지만 가장 비인간적인 답일 수 있다. AI가 몇 초 만에 구한 답에 인생을 함부로 걸지 않도록, 인간은 계속 회의하고 고뇌하고 단련해야 한다.
<이영창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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