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지루했던 장마를 끝으로 찜통 같은 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고, 고대하던 여름휴가가 시작이 됐다. 통영 앞바다 매물도는 지금쯤 도시의 찜통에서 벗어난 아마추어 다이버들이 이 섬 작은 언덕에 캠프를 치고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있을 것이다. 소매물도 뒤로 수평선 끝자락에는 금어기가 끝난 남해안 멸치선단들이 남쪽 바다로 회유하는 멸치 떼를 쫓아 한꺼번에 출어하다보니 멀리서 보면 마치 ‘학익진’을 펼치듯 일자 대형을 이루며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이날 밤 화려한 보랏빛 석양 노을로 유명한 매물도에서는 고참 다이버들이 낮에 물속 깊은 곳에서 작살로 찍어 잡은 광어, 도미, 우럭, 그리고 멸치 선단에서 얻어온 멸치를 가지고 오픈 스시바를 열고 있을 것이다. 또 드럼통 장작불 위에서는 ‘초짜’들이 따온 홍합을 구우면서, 얼마 전 속초 앞 바다 속에서 회갑연을 연 안정훈 씨 같은 원로들의 바다 속 무용담을 들으며 펼치는 한여름밤의 향연을 먼동이 틀 때까지 계속 할 것이다. 펄펄 살아 있을 때 잡아서 깨끗이 손질해 놓은 생선이 단연 최고의 횟감이다보면 우리 스시맨들도 언젠가는 이런 테마여행을 한번 떠나보자.
또 한편으로는 산란기를 끝낸 서해안 복어잡이도 한창일 것이다. 오래전 ‘복’이 ‘독’으로 연상되었던 시절, 광천에 있는 홍성수협은 ‘대일 복어 수출선단’을 꾸며 연근해부터 시작한 조업을 한겨울 흑산도까지 남하하면서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구호를 외쳤던 당시 이 복어수출로 국가시책에 많은 공헌을 했다. 냉동트럭이 귀했던 당시 드라이 아이스로 무장한 컨테이너 트럭이 황복, 까치복, 밀복 등 참복을 얼음상자에 꽉 채워 일본 시모노세키로 떠나는 부산 ‘부관(釜關) 페리호’ 부두에 도착하면 드라이 아이스가 피워대는 차가운 얼음안개가 한여름 이른 아침의 더운 공기를 식혀주기도 했다.
일본 동경 간다(神田)에 있는 어느 스시바는 ‘복어회’로 이집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데, 이 집은 독을 완전히 뺀 것이 아니라 단골의 취향이나 기호에 따라 미세한 독을 넣어주는데 손님들은 한 점 먹을 때마다 입천장의 작은 경련이나 혀끝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마비에서 희열을 느낀단다. 이쯤 되면 ‘독’에 ‘중독’되는 셈인데 워낙 소식(小食)의 일본인들이다보면 이 복스시야말로 보양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서울 강남 학동 사거리 근처에 노부부가 하는 복집이 하나 있는데 이 노장은 기절초풍하게도 복어 알로 젓을 담근다. 겨울철 인근 직장인들이 이집의 자랑인 참복 날개를 태워 따끈한 정종에 띄워주는 ‘히레 정종’을 즐기러 많이 오는데 담 큰 손님한테만 이 복어알 젓을 내놓는다. 이 노장은 젓의 비법이 무엇이냐 물어도 절대로 안 가르쳐준다. 허긴 ‘독’인데 당연한 처사일거다.
일본 동경 스끼지(築地) 어시장에서 일본연근해에서 잡힌 혼 마구로가 부위별로 재단이 되는 날, 이 시장 한쪽 겉에 죽 늘어선 스시바 중에서 이른 아침 일찍부터 노랭(휘장)을 내거는 집이 있다. ‘마구로 나까오치(中落)’ 집이다. 수백 파운드의 참치를 잡고 나면 그 뼈 또한 큰데 바로 이 뼈에서 스푼으로 긁어낸 참치살을 말한다. 양이 적은 날은 예약손님만 받는데 대부분은 이 시장의 ‘마구로 달인’들이 먹어치운단다. 칼이 안 닿은 최고의 참치살! 칼은 쇠고 쇠는 녹이 슨다. 칼이 가진 특유의 비릿한 냄새, 아마도 이 ‘Iron Chef’들은 어느 순간 ‘칼’에서 벗어나고 싶은가보다.
우리도 우리 바만의 색깔을 갖자. 우리의 단골 미국인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생선의 작은 결함이나 좀 부족한 솜씨라 해도 간장의 짙은 맛과 와사비의 매운 향과 우리 바의 색깔이 이를 능히 감싸 덮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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