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에 근거한 창작물일 뿐
백한 역사왜곡, 철거해야
SF 아시안아트뮤지엄 전시 ‘신공황후의 전설’ 족자 둘러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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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아시안아트뮤지엄(AAM) 2층 다테우치 갤러리에 600년 넘은 족자(사진) 하나가 전시되고 있다. ‘신도 하치만 신사에 관한 이야기’라는 1389년 작으로, 일본에 관계된 ‘설화 전시전’의 출품작 가운데 하나다.
오는 10월 중순까지 전시되는 이 족자를 둘러싸고 하마터면 ‘요코 이야기’ 비슷한 소용돌이가 일어날 뻔했다. 그 내용이 한국인의 입장에서 심각한 역사왜곡이기 때문. 즉,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동부(신라)를 지배했다는 일본식 역사관과 설화에 입각해 그려진 이 족자는 신라의 왕이 일본 신공황후에게 무릎을 꿇고 배알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등 한국인의 역사관은 물론 객관적 사실(史實)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요코 파동과 같은 사태는 빚어지지 않을 것 같다. 한 관람자의 제보로 이 사실을 알게 된 SF총영사관(총영사 구본우)의 시정요구를 받아들여 AAM측이 최근 문제의 족자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한 것이 아니며 한국인들의 시각은 (족자의 메시지와) 다르다는 점을 적어놓는 등 관람자들이 한일 고대사를 오해할 소지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성의표시를 한 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SF한인회 이석찬 회장은 5일 오전 이구홍 재외동포재단 이사장과 함께 이곳을 방문, AAM 관계자들에게 역사왜곡 등 족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철거를 촉구했다. SF한인회는 조만간 철거요구를 담은 공식서한을 보내는 등 역사왜곡 족자문제를 보다 공식적으로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그렇다고 AAM측이 문제의 족자를 완전히 철거할 것 같지는 않다. SF한인회나 총영사관측이 요코 이야기와 같은 수준으로 쟁점화하는 것 자체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상의 산물인 설화에 근거해 만들어진 일종의 창작물까지 역사적 객관성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무리인데다, AAM측이 우리측 입장을 상당부분 수용해 오해방지용 첨부설명문까지 곁들인 마당에 이 문제를 계속 쟁점화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요코 이야기가 문제가 된 이유도 창작의 산물인 그 소설 자체가 아니라 역사왜곡을 담은 소설이 공공교육기관에 의해 권장도서로 채택됐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AAM측의 대응은 창작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 사이에서 나름대로 고심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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