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왕년의 명화들을 TV에서 시청하다보면 “I am gay 또는 “I feel gay”란 표현을 자주 듣게 된다. 나는 즐겁다, 또는 쾌활하게 느낀다는 의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런 말을 했다가는 (특히 남성) 동성연애자라고 낙인찍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엊그제 래리 크레이그 아이다호 주 연방 상원의원(공화)이 “I am not gay. I have never been gay라고 자기 부인을 곁에 세운 채 기자회견에서 공언했을 때의 의미는 자기가 동성연애자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크레이그 의원의 그 같은 이색적 기자회견은 그가 6월달 미니애폴리스 국제공항 남자 변소에서 동성애자들의 음란행위를 단속하고자 잠복근무 중이던 사복경찰관에게 성행위를 하자는 신호를 보냈다고 해서 체포되었던 데서 발단된 것이다. 그런데 그는 변호사도 없이 최근 미네소타 법원에 출두해서 성매매 시도보다는 한 급 낮은 음탕한 행위, 또는 풍기문란행위(disorderly conduct)라는 죄목에 유죄를 자인해서 500불 벌금에 1년 동안의 집행유예처분을 받았기에 그의 정치적 생명이 풍전등화 격이 된 것이다.
그의 사직을 요구한 존 맥케인 상원의원의 말처럼 무죄였다면 무죄를 항변하고 재판을 받았어야 마땅하기 때문에 그가 변소칸에 들어앉아 옆 변소칸에 앉아 있는 경찰관에게 동성애자들 특유의 신호를 보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데다가 공화당 보수파로서 평소에 가족도덕 가치관을 열렬히 주창해오던 크레이그 의원의 뻔뻔스러운 위선이 적나라하게 폭로된 것이다. 더구나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 때 클린턴을 “bad boy라고까지 부르면서 탄핵소추에 적극 참여했던 사람이었기에 지독한 철면피라는 말을 들어도 당연하다.
공화당으로서는 난감한 노릇이다. 불과 두어 달 전 역시 공화당 소속 루이지애나 주 연방 상원의원이 워싱턴 DC에서 포주 노릇 하던 여인의 전화번호책에 자기 번호가 있음이 폭로되려는 때 자신의 부도덕을 고백했기에 기독교 보수파의 반발을 사오던 터에 크레이그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크레이그 의원에 대한 사직 요구의 목소리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민주당이 공공연히 동성연애자들의 표를 이끌어 모으기 위해 대통령 예선후보들이 그들의 대표들과 회동하는 것을 비웃던 공화당으로서는 크레이그 사건의 후폭풍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그가 만약 이번 선거에서 4선에 도전한다면 민주당에게 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큰 걱정거리일 것이다.
필자의 미국생활 43년 동안 세상은 정말로 많이 변했다. 1970년대 전만 해도 동성애자들은 ‘골방’ 속에 있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gay pride다 gay parade다 해서 남자가 남자와, 여자가 여자와 길거리에서 포옹하고 입 맞추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의 여러 지역에 밀집한 동성애자들의 표밭을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게 된 결과로 희한한 광경이 벌어진다. 동성끼리 부부(?)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입양해 기르는 상황도 법원의 허락 아래 이루어진다. 중고등학교의 성교육 교과서에도 동성애는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또 동성애자들의 소위 민권을 존중한답시고 판사와 검사의 임용에 있어서도 그들의 할당부분이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뿐이랴. 체니 부통령의 딸이 레즈비언인데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출산했을 때 부통령 부부가 자랑스러운 조부모로 포즈를 취할 정도가 되었다.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동성 간의 결혼이 합법화된 게 벌써 몇 년째다.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세기 1:27, 28)고 하신 하나님의 워낙 목적과 얼마나 동떨어진 세상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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