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말이 있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말 같아 거부감이 든다. 그러나 만일 이 속담이 예기치 않은 장애물이나 난관이 있더라도, 또는 형식, 체면을 버리고 끝까지 목적을 달성하라는 긍정적 격려의 말 같기도 하여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예상대로 첫 번째 해석이 맞는 것 같다. 편법을 써도 괜찮으니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정치, 학문, 기업, 또는 종교 등 각 분야의 지도자들이 그들의 지향하는 목적의 성취를 위해 정력, 시간과 물질을 투자할 때 크게 나누어 목적의 동기와, 목적을 이루어 나가는 수단과 방법, 그리고 결과의 세 가지 요소를 생각할 수 있다. 이중에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지 가리기 힘들고, 세 요소가 다 바르고 좋으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중 꼭 한 가지만 택하라면 아무래도 동기를 택하고 싶다. 그릇된 동기에서 비롯되었다면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을 수 있으며, 또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 결과가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사이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건으로 한국 선교의 현주소를 재점검하자는 소리가 드높다. 만일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대로 해외선교도, 국내 개교회의 부흥도 부끄러움 없는 동기와 참된 사랑, 헌신, 희생이 결여된 세속적 방법으로 실적 위주만 지향한다면 세인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전도 나갔던 칠십 인이 예수께 기쁨으로 사역보고를 할 때 “주의 이름으로 귀신들도 우리에게 항복하더이다”(실적보고)라고 했을 때 예수는 그것으로 인하여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올바른 믿음) 하신 성경의 말씀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본인도 한동안 장년 성경공부를 인도한 적이 있는데, 많은 교우에게 참석을 권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진정으로 한 영혼을 사랑하여 성경을 같이 공부하고자 하는 뜨거운 마음보다는 본인의 성경 공부 반에 많은 학생 수를 자랑하고 싶은 헛된 허영심이 앞서지 않았나 생각되어 부끄러운 마음이다.
서울대학교 졸업 후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몽골의 선교사로 사역한 이용규 선교사가 지은 ‘내려놓음’이란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이 책에 이러한 이야기가 있다. 보스턴을 떠나 몽골로 가기 전에 오병이어 선교회의 이용숙 회장이 선교사 부부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실패해도 좋습니다. 교회 문 닫아도 좋습니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사역하십시오. 당신들은 이미 귀한 헌신을 했고 하나님께서 그것을 받으셨습니다.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합니까?” 이 말씀으로 크게 위안을 받았고, 사역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부담 대신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있으려는 열망으로 자신을 채우리라고 다짐하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다시 말하면 이미 아름다운 헌신의 동기가 있으므로 실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일 것이다.
일본의 기독교 작가 엔도 슈샤쿠가 ‘침묵’이라는 책에서 지적했듯이 인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허영심을 버리기 어려운 존재다. 수차례 기독교 작가상을 수상한 필립 얀시는 ‘내 눈이 하나님의 영광을 보네’라는 책에서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인간들의 사악함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손봉호 교수의 말처럼 별 수 없는 존재인 우리 인간들은 아무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참되고 아름다운 동기보다는 가시적인 실적에 더 많은 비중을 두기가 쉽다.
그러나 사람은 외모를 취하지만 하나님은 중심을 보신다는 말씀을 두려움으로 늘 기억한다면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는 부끄럽지 않은 동기와 과정을 더 중요시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 모두가, 특히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분들이 이렇게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좀 더 편안하고 아름다운, 살 맛 나는 세상이 되리라 생각된다. 본인도 가끔 글을 쓰게 된 원래의 동기가 시간이 감에 따라 흐려지고 변질되지 않도록 새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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