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부터 계획했던 러시아와 북유럽 여행일이 다가왔다. 럭키 세븐이 줄줄이 세 개가 든 날(2007년 7월7일)이고 보니 분명 행운을 안고 다닐 것 같은 날이었다.
덜레스 공항을 떠나 코펜하겐을 경유, 다음 날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을 벗어나는 대로엔 신축 고층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러시아의 경제발전이 보이는 듯했다. 광활한 국토의 30%를 녹지화 한단다.
도시의 건물은 50여년이 넘은 고풍스럽고 견고한 예술품과 같았다. 지하철, 버스, 전차가 운행되는 속에 많은 인파가 바쁘게 움직이고 바로 코앞에 움직이는 전차는 정크장에나 갈만한 녹이 많이 난 35여년의 역사를 지녔다는 앤틱 같은 것이었다.
길목마다 꽃가게가 많고, 꽃으로 단장한 잔디밭과 이층, 삼층 꽃바구니를 세워놓아 아름답고 화려했다. 아름다움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러시아인들의 민족성을 보는 것 같았지만 미소 없는 러시아인들의 표정은 무겁기까지 해 아직도 사회주의 사상이 몸에 배인 것 같았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높은 빌딩 창문마다 매미 같은 에어컨 통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다.
늦은 시간 서커스를 관람하고 다음날 아침 러시아의 상징 붉은 광장(아름답고 예쁘고 좋다는 뜻)으로 갔다. 광장 안 서남쪽에 위치한 성 바실리 성당은 여덟 개의 양파머리처럼 생긴 지붕으로 독특한 양식이 아름다웠다. 바로 오른편에는 크레믈린 궁전이 엄숙하게, 그 옆에 유명한 ‘레닌의 묘’가 자리해있고, 뒤편으로 돌면 푸친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환한 색 노란건물이 서있다. 붐비는 관광객들은 기념 촬영하느라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249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명문 모스크바 국립대학은 도시 가운데 우뚝 서 있다. 사면이 똑같은 양식의 하얀 벽돌로 견고하게 지어진 이 대학에서 6명의 노벨 수상자가 배출됐다. 노보데비치 묘지에 안장된 옐친과 후르스초프의 묘소를 들러보고 러시아의 태양, 신 러시아 문학의 창시자로 불리었던 ‘푸시킨’이 다녔던 학교인 푸시킨 박물관을 관람했다. 푸시킨의 동상 앞에서 그의 유명한 시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읊으며 낭만에 젖어보기도 했다.
톨스토이의 동상이 저만치 서있고 좁은 골목이긴 해도 카페와 상점이 즐비한 낭만적인 아르바트 거리에선 바이올린 연주가들이 한국인을 알아보고 애국가를 연주해 감격하기도 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릴 깊은 밤12시 인데도 대낮 같은 백야의 도시다.
다음 날 아침 일정에 따라 모스크바를 뒤로하고 세인 피터스버그로 향했다. 강과 운하가 곳곳에 펼쳐져 북유럽의 베니스라는 말이 실감나는 도시. 시가지를 감돌며 흐르는 네바 강을 끼고 낭만과 예술이 함께 숨 쉬는 에르미타쥐 박물관(비밀의 방)엔 1,000개가 넘는 전시실에 약 250만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특히 화가 고호의 ‘언덕 위의 집’이 눈에 들어 한참을 서있기도 했다. 피터 대제의 여름궁전과 분수공원, 카잔 성당, 황금빛 거대한 둥근 지붕을 갖춘 높이 101m의 세계제일의 멋진 성당인 이삭 성당 등 수많은 유적들을 둘러보았다. 한 극장에서 유명한 발레 ‘백조의 호수’를 관람했다. 선물가게마다 나무로 만든 인형 속에 또 인형이 들어있는 ‘마뜨루시카’(엄마) 인형이 있다.
갖가지 꽃들과 푸른 잔디, 강변의 건물들이 어울려 환상적인 도시의 분위기가 넘쳐나는 세인 피터스버그에서 3일간을 머물렀지만 많은 미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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