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순목사(여성상담교육센터 소장)
우간다에서 세미나를 마치고 탄자니아로 옮길 때만 해도 견딜만했는데 탄자니아에서 집회를 하는 동안 목이 아프기 시작 하더니 집회를 마치고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목감기려니 생각하고 감기약을 먹으며 참고 있었는데 열이 올랐다 한기가 들었다 하면서 가슴까지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서 피 검사를 했더니 폐렴에 말라리아까지 겹쳤다고 했다.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사랑하는 아프리카 이지만 이곳의 병원만은 가고 싶지 않았는데...
입원하자마자 주사약에 취해 정신없이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고 깨어나 사방을 둘러보니 병실 안이 얼마나 더러운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병실은 보통병실이 아니라 특실이라는데...일어날 기운조차 없는데 거미줄에 걸린 하루살이 벌레들이 내 얼굴로 떨어질 것만 같아 몸을
돌려 옆으로 누웠다. 벽은 손때 자국으로 천정보다 더 더러워 보였다. 나는 그 더러운 것들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아버렸다. 모든 것이 싫어졌다.
“도대체 하나님은 내게 무엇을 원하시는 걸까?”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때맞추어 들어온 의사에게 항의를 했다. “의사 선생님! 돈 벌어서 다 어디에 쓰세요? 병원 꼴이 이게 뭡니까? 천정이랑 벽을 보세요. 화장실은 고장이 나서 물이 내려가지도 않고요.” 불평하는 내 말 끝에 착해
보이는 인디안 의사는 “나는 주인이 아니에요. 여기서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인데 겨우 밥 먹고 지낼 정도의 월급을 받는답니다. 그렇지만 청소는 하라고 하지요. 곧 간호원이 와서 주사를 줄 거에요”라고 말을 맺었다.
약기운이 떨어지자 다시 몸은 아프기 시작했다. 의사가 나가고 이어 간호원이 들어왔다. 손등에 두 번이나 찔러도 주사하나 제대로 못 놓는 간호원! 참으로 모든 것이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마침 나를 도우는 선교단원이 간호원이어서 주사를 놔 주었다.
약기운에 다시 잠이 들었다. 한참 후에 눈을 떠서 천정을 보니 쥐가 볼일을 본 얼룩으로 그려진 지도들, 그 더러워 보이던 것들 중에 하나는 마치 내 속에 웅크리고 앉은 또 다른 아이의 내 모습 같았다. 모든 것이 싫어서 웅크리고 앉은 이기적인 내 모습! 이름 좋고 허울 좋은 사명자로 불려온 내 속에 아직도 성숙되지 못하여 불평을 가득 안고 웅크리고 앉은 또 다른 나의 모습!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그런 나를 기다려 주시는 그분의 은혜가 얼마나 감사했던지!
해마다 병원도 없는 외딴섬이나 오지에서 사역을 했는데 올해는 병원가까이 있어서 다행이었고 한국간호원이 옆에 있어서 주사도 힘들지 않게 맞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매년 단기 선교단원들이 사역을 마치면 시가지로 모이게 되는데 그때마다 말라리아 환자
를 데리고 병원에 가면서도 병원이 더럽다고만 느꼈지 깨끗한 병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2012년 월드 미션 프론티어의 비전이 종합센터에 병원을 함께 짓는 일이 계획되어 있지만 별로 피부로 느끼지 못했는데 결국 내가 병원에 입원을 한 후에야 병실에 누워 비로소 이 땅에 무엇보다 병원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속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셨던 그분의 하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내가 저질렀던 실수들을 통하여 그분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하셨다. 지나간 날들 가운데서 나를 고쳐나가셨던 그 많은 순간들. 실수로 경찰에게 붙잡혀서 수갑을 차고 구
치소에 들어갔을 때도 그 일을 통하여 신문사에 취직을 시키셨고, 길을 잘못 들어 비자도 없이 멕시코의 국경을 넘었을 때도 천사를 보내어 미국의 더 좋은 길로 인도 하셨던 일 등...그분의 은혜를 깨달은 후에야 몸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자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
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8). 이번에 일어난 일들 또한 감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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