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기목사(제자교회)

한마디로 전도, 선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교회가 교회다움을 지켜나가는 것이며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인다움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교회다움을 지켜나가는 것이 곧 전도이며 그리스도인답게 살아내는 것이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전도나 선교의 방법론이 우선이 아니라 내가 전하고자 하는 진리 때문에, 내가 믿는 예수님 때문에 변한 나를 보여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곧 상대방을 증인으로 가르치고 만들기 이전에 내가 먼저 복음의 증인이 되어 있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전하려고 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왜 그것을 전하려고 하느냐에 초점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교회답다는 것, 그리스도인답다는 것이 어떠한 모습일까?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7교회를 향한 말씀 가운데 칭찬을 받은 빌라델비아 교회를 향한 칭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그 교회가 칭찬을 받은 것은 적은 능력으로 주님의 말씀을 지키고 주님을 모른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을 열어 놓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열린 문을 지키게 된 힘이 ‘적은 능력’이다. 교회의 역할은 힘과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거룩과 진리의 문제라고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신약성서에 바울사도도 “주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능력은 약한데서 완전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무르게 하기 위하여 나는 더욱더 기쁜 마음으로 내 약함을 자랑하렵니다”라고 증언하고 있다.

교회들이 힘, 능력, 형통함이 자랑거리가 되었다. 적은 능력으로 하나님을 드러내기 보다는 큰 능력으로 교회이름을, 자신들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교회가 교회답다는 것은 힘과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세상과 다른 모습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힘과 능력으로는 세상과 다른 것을 증명할 수가 없다. 신자답다는 것은 약한 것, 적은 것, 힘이 없는 것을 통한 하나님의 강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적은 능력이란 바로 내 삶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뜻한다. 성 프란시스가 이런 말을 했다. “끊임없이 복음을 전파하라. 그리고 필요하다면 말도 사용하라.” 믿음의 일들은 이런 작은 것들에 충성하는 것이다. 작은 것에 충성하는 것이 큰일에 충성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작은 일에는 세상의 칭찬이나 인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칭찬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지 않은가?
이 적은 능력이 바로 교회의 정체성이다.

교회가 자랑해야 할 것은 십자가뿐이다. 큰 능력을 자랑하고 그 능력으로 이루어 놓은 것을 자랑하니까 세상은 교회와 믿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크고 능력 있는 것들은 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충성을 하는 자가 되는 것이지 인기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교회가 보여주어야 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이지 인간들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공적이나 자랑이 아니다.
공작과 같이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 신자가 아니라 적은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삶의 자리에서 충성을 하는 십자가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전도요 선교이다. 지금 세상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자신들과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전도의 시작은 오지로 나가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능력으로 지금 있는 자리를 사는 것이다. 세상은 작다고 할지라도 그 작음 속에 하나님이 간섭하실 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가를 보여주는 삶을 살아내는 것이 진정한 전도요 선교라고 믿으며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넘치는 교회를 위하여 오늘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