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환목사(뉴욕 새빛교회)
영화나 드라마, 연극에서 배우는 생명과 같다. 그 작품이 살고 죽는데 배우의 역할이 그만치 지
대하다는 얘기이다. 하여 배역에 어울리는 배우를 선택하는 일이란 그리 용이하지 않다.
영화를 보면 앞이나 뒤에 스텝들 이름이 죽 나오는데 거기에도 캐스팅을 주도한 사람의 이름이 당당하게 올라온다. 작품성이나 흥행성에 걸맞은 배우를 캐스팅하여 그 작품을 성공하게 만드는 작업이야말로 그 작품을 작품 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교회에서도 캐스팅은 작은 일이 아니다. 교회가 하는 여러 가지 일 중에 하나가 부흥회나 사경회, 또는 세미나인데 그런 이벤트에 적합한 강사를 선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행사를 해야 할 당시의 교회 형편을 참작하여 교회에 유익을 끼칠 수 있는 강사를 세워야 하는 부담은 담임목사의 숙제요 몫일지 모른다.
심지어 부흥회는 잘 해야 본전이라는 말도 있다. 부흥회를 한 번 잘못하면 교회 성장을 기대했던 2박3일 집회가 2년3개월 몸살을 앓는 홍역의 시작일 수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어느 부흥강사가 왔다 가면 교회가 깨진다는 설도 있고 어떤 강사는 돈만 밝혀 담임목사가 돈을 보태서 주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소문도 있다. 담임목사 외에 강단에 세울 게스트 선정은 정말 미스 캐스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박을 기대했다가 쪽박을 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부흥회가 전 같지 않다. 많은 교
회들이 잘못된 강사의 폐단과 부작용을 경험했거나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우리교회도 3년째 부흥회를 하지 않는다. 부흥회를 하자는 교인도 없지만 부흥회가 반드시 부흥의 통로가 아니라는 사실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흥회나 세미나의 강사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룻밤 일회성으로 끝나는 감사예배나 기념예배의 설교나 축사, 권면을 담당할 목사의 선정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런 간단한 예배에 단골로 서시는 목사님들이 더러 있어 식상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엉뚱한 말씀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관이 명관일 수 있다. 어느 경우 생각을 바꿔 그런 강단과 인연이 없는 목사를 파격적으로 세워 기회를 줘 보지만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날 때가 적지 않다. 갑자기 단에 서니까 흥분이 되어 그러겠거니 생각하고 이해는 하지만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횡설수설로 시종을 장식하는 목사도 있다. 또는 자기가 맡은 순서가 무엇인지 주제파악이 안 되어 듣는 이들로 하여금 당혹케 하고 잔치 집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야말로 미스 캐스팅이다.
그러므로 목사는 항상 준비해야 한다. 몇 분 안 되는 짧은 순서라 할지라도 미리 준비하고 원고를 작성하고 기도한 후에 단에 올라가야 한다. 그런 자세가 내 교회든 남의 교회든 듣는 이들에 대한 예의이다. 가을이 되면 교회 마다 행사가 많지만 정말 초청해서 교회 강단에 세울 게스트 스피커는 신중을 기해 선정할 일이다. 그 미스캐스팅이 사실은 그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교인들은 그저 듣고 말겠지만 우연찮은 실수로 미스 캐스팅 명단에 오른 분은 다시는 그 같은 기회가 오지 않을지 모른다. 미스 캐스팅 되어 영화나 드라마가 죽을 쑤면 그 배우는 평생을 캐스팅 되지 못하는 비운의 배우가 되는 일은 비일비재한 시장의 원리이다.
태조 왕건에 캐스팅 된 최수종도 처음에는 유약한 이미지가 있어 장군으로는 미스 캐스팅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수종은 절치부심, 왕건의 이미지를 보이기 위해 자신을 훈련시키는 혹독한 준비 과정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 후 최수종은 ‘해신’이나 ‘대조영’같은 대하사극의 믿음직한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어 늠름한 사극 전문배우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미스 캐스팅이었다는 평은 보약인지 모른다. 늘 입을 열어 말을 하고 강단에 서야하는 우리 목사들에게 주는 타산지석의 교훈이 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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