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이 생살에 소금을 치고 가는 거라면
내게 없는 두 페이지를 보았다
침을 묻혀 넘겨도 끈끈하게 같이 붙어 넘어갈 두 페이지가
옛날에는 그토록 파닥거렸을 심장을
딱 떼어내고
하나의 배가 하나의 등을 받아 안아 왠지 눈물겨운 체위로
눈물만큼 투명한 밀실에 갇혀 있다
그동안 살아온 생에 식욕 없는 허기가 밀려와
대형마트의 식품부를 빈 카트로 돌고 돌 때
그만 내 눈에 들켜버린
내게 없는 두 페이지
누군가의 따뜻한 재 속에
내 시린 등을 끼워넣을 수 있다면
소금도 단맛을 내며
한 사내의 혓바닥을 황홀하게 할까
이와 같은 삶
남은 페이지로도 그럴 수가 있을까
김종미 ‘안동 간고등어’ 전문
간 고등어는 반드시 한손이라야 하고, 네 페이지라야 마땅하다. 그런데 시인은 두 페이지가 없다고 한다. 두 페이지에 해당하는 실제 남편이 없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춥고 쓸쓸한 등을 가진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소금이나 두들겨 맞는 짜디짠 생에 등 끼워 넣을 상대가 있어, 나는 다행이던가? 시인에게 남겨진 페이지도 누군가와 함께 넘겨지기를 빌어본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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