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써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선거열기가 한창인 한국 정치에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는다. 어렸을 때 학교에 다녀오면 제일 먼저 읽는 것이 정치면이었지만 1987년 6월 항쟁의 결실이 익기도 전에 서로 대통령이 되려는 김영삼과 김대중이 통일민주당을 분해하면서 정치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1990년 민정당과 통합한 후로는 마음 속에 완전히 담을 쌓았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한국 국민의 민주운동으로 이룩된 역사적 쇄신의 기회를 저버린 정치인들의 행각에 그저 신물이 났다.
대신 세계 최고의 민주국가 미국의 정치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윈스틴 처칠이 민주주의를 “지금까지 시도된 모든 정치 체제를 제외한 가장 나쁜 제도”라고 말했듯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선거철마다 정당은 바뀌는데 후보는 늘 똑같은 코미디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 정치를 둘러보면 그 때 그 환멸감이 서서히 스며든다.‘자유세계의 지도자’라는 대통령은 열성 지지자들로만 엄선된 소위 ‘타운홀 공청회’를 다니면서 국민 여론은 귀를 막고 무시하고 있다. 부통령이란 인물은 행정부를 중앙정보부로 착각한 양 모든 업무를 비밀리 하면서도 CIA비밀요원의 신분을 만천하에 누설했고, 법무장관은 틀림없는 위증과 증인 교사를 범했는데도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다.
그리고 중간선거에서 이라크전 종전을 위임받은 민주당 주도 의회는 속수무책으로 부시의 임기가 끝나는 2009년 1월20일만 기다리고 있다. 한편 주류 언론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미국민에 정당화할 당시 행정부의 주장을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치어리더 역할을 했다. 이런 와중에서 코미디언 스티븐 콜버트는 지난 16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해 쓴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정치 토크쇼를 풍자한 ‘콜베르 리포트’(The Colbert Report·코미디 센트럴 월-목요일 오후 11시30분 방영)의 진행자인 콜버트는 지난해 백악관 기자협회 주최 대통령 만찬회에 여흥을 위해 초청됐을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 아마도 부시 대통령 앞에서 대놓고 듣기 싫은 말을 한 유일한 인물이 됐다. 당시 부시 대통령과 나란히 유머의 대상이었던 주류 언론은 콜버트의 사회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가 부시 대통령을 비꼬는 장면은 유튜브에 올라 이틀사이 270만명이 시청했고 프로그램 시청률도 37% 늘어나 현재 하루 130만명의 시청자를 자랑하고 있다.
콜버트는 공화·민주 양당 후보로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만 출마하겠다고 밝혀 장난임을 분명히 했는데도 벌써 콜버트 캠페인을 지지하는 패이스북(Facebook) 클럽이 등장, 불과 1주일 사이에 100만명의 회원이 가입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최근 라스무슨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선두주자와 힐리러 클린턴과 공화당 선두주자 루디 줄리아니와 붙을 경우의 지지율이 13%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대학 신문들도 콜버트의 입후보를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지지하는 등 정치인들과 언론을 있는 그대로 풍자한 코미디언의 익살이 이처럼 호응을 일으킨 것은 미국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깊은 환멸감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다.
우정아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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