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엄청난 규모의 화재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샌디에고 사이의 스물 네 곳에서의 불바다는 면적으로 따지면 워싱턴 DC의 11배, 서울의 3배, 그리고 뉴욕의 2배 정도의 크기였다. 샌디에고 지역에서만도 25만 명, 그리고 캘리포니아 긴급사태 담당국의 집계로는 35만1,000명이 화마를 피하도록 강제 퇴거명령을 받았다. 미디어의 보도로는 10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집을 떠났다는 것이다. 게다가 처음에는 화재지역의 밀집도와 산타 아나 라는 사막 바람의 맹렬한 속도로 인한 예측을 불허하는 불 방향의 이동을 고려해볼 때 인명 손실이 거의 기적적으로 2, 3명 될 것이라더니 잿더미들에서 발견되는 시신들이 늘어 14명 정도나 된단다. 아직도 우기가 시작되지 않은 캘리포니아 남부의 날씨에다 그 동안 계속된 가뭄 탓에 마를 대로 말라버린 잡목들 때문에 몇 백만 불짜리의 저택들을 포함한 고급주택가들의 피해가 심한 모양이다. 그런 동네에서 쏟아져 나오는 벤츠다 렉서스다 의 고급 차량들을 교통정리 안내하는 민병대의 허머들과 대조를 이룬 것이 기자들의 눈에 이채로웠던 것 같다. 5분밖에 짐을 쌀 여유가 없었던 대피민들 중에는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들밖에는 가져온 것이 없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2,000여 채의 집과 건물들이 잿더미가 되어 샌디에고 부근의 피해액만도 10억불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보험금으로 재건하다 해도 집안의 손때 묻은 일상생활의 가재도구들이랑 생활의 역사가 사라져버린 것은 보충할 수 없기 때문에 화마의 피해자들의 심리공황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주 정부와 연방 정부 당국자들의 대응책은 신속하고도 효과적이어서 사태 수습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중평이다. 특히 2005년 8월말 카트리나 태풍 때 루이지애나 주 정부나 연방 정부의 뒤늦은 대응책과 비교할 때 천양지차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샌디에고 축구 경기장의 대피소에 집결한 1만여 명의 대피민들에게는 식량과 물 뿐 아니라 어린아이들의 오락시설까지도 챙길 정도였단다. 카트리나 때 뉴올리언스의 수퍼돔에 피신한 2만4,000명이 물과 식량도 없이 오물이 뒤범벅 되어있는 상황에서 고생한 생지옥과 비교가 된다. 뉴올리언스의 비극에서 배운 교훈이 이번 화마에 대한 유효적절한 대처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부시 대통령은 화재 발발 이틀 후에 그 지역을 연방 재해지역으로 선포했고 25일에는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안전부 장관과 연방재해관리청(FEMA) 청장은 23일부터 현장에서 뛰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일부 사람들은 두 지역의 차이를 인종과 계급의 차이로 해석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샌디에고 지역은 66%가 백인이고 빈곤층이 9%인데 뉴올리언스 지역은 67%가 흑인이고 빈곤율이 28%라는 숫자를 인용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단순 사고방식이라는 지적이다.
캘리포니아 주가 재해 대처에 관한한 따라야할 표준을 제시한다는 해석이 옳을 것이다. 2003년 화재로 인한 피해 이후 샌디에고 시는 911 역 시스템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사고가 났을 때 911을 거는 것과 반대로 긴급처에서 각 가정의 전화를 자동으로 걸어 대피하라는 명령을 전달하는 시스템인데 이번에 효과를 보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루이지애나와 캘리포니아 재난 이후의 최대 비교점은 정부 지도자들의 통솔력이라는 게 가장 설득력이 있는 설명일 것이다. 루이지애나의 지사와 뉴올리언스 시장의 리더십 부재 내지 비효율성과는 달리 아놀드 슈와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샌디에고 시장은 즉각 현장 지휘에 임해 주민들을 안도시키고 8,000여 명의 소방관들을 격려하는 데 힘써 사태 진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산불에서 소방관들 등 영웅이 있는가하면 몇 곳의 불은 방화범들의 고의적 범행 결과라고 해서 심기가 자못 불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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