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럿의 힘으로 관은 움직인다
죽음도 균형이 필요하다
꽤 무거운 하루가
저 너머 우주로 운구된다
하늘의 엉덩이 들썩거려 놀란 별들
자리를 뜨면
마음이 그네 타듯 불안을 저울질한다
2.
마음속
사납게 날뛰는 짐승 있어
온몸 물어뜯기며 흔들려 본 적 있는가
몸의 표면이 흔들리고, 뱃속 구조물들 파열하고,
내 안의 수천 명의 사람들 폐허와 공포 속에 갇히게 될 때처럼
완전히 붕괴되어
어느 미장이도 더 이상 마음의 균열을
메우지 못했다
대체 몇 리히터 규모의 지진이 내 몸 뒤흔든 것일까
번번이 진원지도 모르며 진동을 느껴야 했다
그처럼 발병도 언제나 몸의 느낌보다 한차례 앞서 오는 것
내 마음의 온전한 폐허를 위하여 오늘 밤 마음 열어 놓으리
지진파를 탐지할 수 있는
내 안의 지진계는 다만 오래 전 멈추어 있었다
몇 리히터 규모의 지진이 내 몸 설레게 하는가
마음 낮추어야 지진 온다
김희업 (1961년~) ‘내 마음의 지진’ 전문
지진의 이미지를 빌려와 자신의 상태를 풀어낸다. 진원지도 모르는 채 고통을 겪는 것에 익숙한 모습으로, 폐해의 정도가 마침내는 어느 미장이도 메우지 못할 정도에 이르는, 매우 참혹한 형태다. 하지만 시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보다 큰 붕괴를 원하고 있다. 정신적인 자학으로 여겨야 할까? 그보다는 고통스러운 현실타파를 위한, 대폭발을 기다리는 의미로 읽고 싶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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