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챗살모양 잎을 늘어뜨린 채
큰 나무가 그늘 드리울 때
작고 앙증한 줄기 끝에 여린 잎들이며 꽃을 매단
어린것들 날아오르려 퍼득거린다
솟아오르고 누르려는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
이 두근거리는 몸짓들 사이로 스며들어
그 속에서 자라는 죽음이며 상처까지를 어루만지는 햇살
전율하는 숲이 반쯤은 솟아오르고
반쯤은 스스로를 억누를 때
열려진 사물들 속에서
잎파랑처럼 알 수 없는 느낌으로 떠는 모든 육체들
그 힘으로 구름은 하늘에 천천히 흐르고
그 힘으로 가볍게 떠 있는 공중의 새들
손진은 (1959년~) ‘숲’ 전문
모성성이 물씬 느껴지는 시다. 철없이 날아오르려 애를 쓰는 어린것과 그것을 넌지시 말리는 엄마. 이러한 사이에도 죽음과 상처는 있지만, 햇살이 있어 결코 절망적이지는 않다. 결국은 균형과 조화에 대해서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반쯤은 솟아오르고 반쯤은 스스로를 억누른다는 말에서 눈치 채긴 했지만, 우주만물의 섭리가 모두 이러한 균형 덕분에 유지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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