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셔먼은 미국 남북전쟁 때 혁혁한 전공을 세운 북쪽의 장군이었다.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를 초토화시켜 남부 사람들에게는 악마쯤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가 1884년 미국 대선에서 유력한 공화당 후보로 거명되었을 때 그는 딱 부러지게 거절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를 (후보로)차출한다면 선거운동을 안 할 것이고 내가 지명되면 수락을 안 할 것이며 만약 당선되면 복무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할 뜻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그 이후 어떤 정치인이 출마를 안 한다고 단정적으로 매듭짓는 것을 ‘셔먼과 같은 성명’이라고 부르게 된다. 월남전 반대가 고조되는 가운데 인기를 잃고 있었던 린든 존슨 대통령이 1968년 3월에 자기가 재선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나는 나의 당(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지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 것이 한 예다.
그러나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 치고 선거 때에 셔먼처럼 공직추구 포기를 공언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기 자신의 영달을 위한 이기적 동기에서든지, 또는 구국제민의 이타적 동기거나 혹은 복합적 이유로 정치에 참여하다보면 지방의원 하다가 연방 하원의원이 되고 싶고 주지사나 연방 상원의원쯤 하다가 백악관으로 주소를 옮겨 청사의 기록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 욕망이 저절로 솟아나고 커지게 마련인 모양이다. 대통령이 어떤 자리인가? 국가와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상이 아닌가. 개인적으로도 자기의 집권에 보탬이 된 지지자들에게 논공행상을 할 수 있는 자리고, 또 정적들을 손볼 수 있는 자리기도 하다. 대통령이 일단 되면 은퇴하고도 다시는 자동차 문을 연다든지 우산을 펴야할 일이 없이 신역이 편안해진다. 또 실사구시라고 좋은 정책을 펴서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나라를 튼튼하게 만들어 놓으면 후세의 칭송까지도 기대할 수 있으니 한번 해볼만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이제 투표일을 39일밖에 남겨두지 않은 2007년 한국 대선판에 이회창 씨가 무소속으로 뛰어들어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 씨의 ‘떼 논 당상’의 가능성을 좌불안석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인제 씨가 당의 경선 결과에 승복치 안혹 두 번이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서 자기의 대권 추구에 재를 뿌렸던 것을 비난하던 사람이 이인제 씨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니까 어리둥절해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더구나 2002년 대선에서 김대업 씨의 병풍 파동 때문에 억울하게 노 대통령에게 지고 나서 깨끗이(?) 정계은퇴를 발표했고, 불과 몇 달 전만하더라도 정치 복귀설을 부인해왔던 사람이 자기가 만든 당에서 탈당하고 그 당 후보와 대결하겠다고 나왔으니 이명박 씨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당혹시키는 게 당연하다. 대쪽 같다는 이미지가 먹칠을 당하고 있다는 보도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5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던 이명박 씨가 이회창 씨의 변심 이후에는 30몇 %, 그리고 이회창 씨가 20몇 %, 또 정동영 씨는 14%라고 나오고 있는 것을 보아 대선정국은 정말 한 치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상황을 맞은 것 같다. 거기에 더해 8월의 경선 결과에 대해 흔쾌히 승복했던 박근혜가 이회창 씨를 비난도 찬성도 않는 의미심장한 침묵을 지켜 이명박 씨의 애를 달구고 있다. 그리고 BBK 의혹의 주인공인 김경준 씨가 이달 중순 한국으로 송환되어 이명박 씨의 재정상의 의혹에 대해 어떤 말을 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그의 폭로가 핵폭발급의 파괴력이 있어 이명박 씨를 낙마시킬 것인지, 그러면 정동영 씨가 어부지리를 얻게 될 것인지, 또는 이회창 씨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대통령 선거 3수 끝에 청와대의 주인이 되었던 김대중 씨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인지, 변화무쌍한 한국 정치 드라마는 점점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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