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파가 종이박스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고
비탈을 오른다
머리에 명주실을 흠뻑 뒤집어 쓴 노파의 늘그막은
지금 한참 오르막이다
자꾸만 밑으로 몸을 떠미는 비탈을 가슴에 받아 안고
끙끙 위로 밀어 올리면서 구슬땀에 젖는 노구
비탈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가도
한 숨 들이켜기 무섭게 폐부 깊숙이 굴러 내린다
여기서 멈추면 다시는 끄집어 올릴 수 없는 내리막
하여, 전신을 쥐어짜듯 밀어 올리는 오르막
빈 종이박스처럼 납작하게 접힌 가슴이 벌름거리는 풀무질에
핏줄마다 불이 일어 푸른 불꽃을 단다
이 시를 읽으면서 고정관념을 바꾸기로 한다. 노년은 내리막길이 아니라 오르막길이라고. 죽는 날까지 오르막길만 있을 뿐이라고. 오르막길에선 떠밀리지 않는 것이 장땡이라고. 나 어릴 때 수레와 함께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은 순애 아버지도 결국 떠밀린 게 불찰이었다고. 요즘 낭떠러지는 빌딩 숲에 주로 모여 있고, 순애 아버지와 같은 사고는 나이와 상관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서 일어난다고.
한혜영 <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