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식 ‘성난 돼지감자’ 전문
나는 걸신들린 여우처럼 산비탈에서 야생의 돼지감자를 캐먹는다. 먹으면 혀가 아리고, 열이 나고, 몸이 가려운 돼지감자. 독을 품은 돼지감자. 살아남기 위해선 누구든, 야생의 돼지감자처럼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삶의 줄기에 독을 품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세상을 향해 외친다. 나 돼지감자야. 어디 한번 씹어 봐. 먹어, 먹으라니까. 그러나 나는 가짜 돼지감자. 독도 없으면서 있는 체 하는 가짜 돼지감자. 우리는 모두 가짜 돼지감자. 길들은, 교육받은, 그리하여 녹말이 다 빠진, 착한, 힘이 없는, 꽉꽉 씹히는, 그러나 성난,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마냥 순하게 먹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시인은 큰소리친다. 돼지감자처럼 무식하게, 돼지감자처럼 용감하게 큰소리를 땅땅 치는 것이다. 먹어보라고. 나 독성 가득한 돼지감자라고. 그러나 오래 버티지 못하고 가짜임을 고백한다. 길들은, 교육받은 돼지감자기 때문이다. 맹목으로 독을 품기엔 마냥 착한 돼지감자. 나 역시도 이러한 돼지감자다. 큰소리나 땅땅 치는. 독성이 없다는 것을 아직까지는 들키지 않아 발길로 툭툭 밀어놓을 뿐인.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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