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식 (1973~)‘납이다’ 전문
풀잎처럼 휘어진 낚싯대를 보고 있었다 그때 납이다! 아이가 소리쳤다 그래, 저건 고기가 아니라 납덩이가 낚싯줄을 문 것이란다 다시 납이다! 아이가 소리쳤다 그래, 납이다 먹먹한 물 속에 가라앉아 숨을 참고 기다리는 거란다 다시 납이다! 나비다! 소리치며 아이가 뛰어갔다 아 나비, 추락을 반복하는 무거운 날갯짓 허공을 튕겨 다니는 위태로운 비행의 저것도 강물 속 봉돌처럼 자꾸만 가라앉으려는 납, 나비다
낚시에 몰두한 아빠는 아이의 말을 곡해한다. 나비를 쫓는 아이의 환한 표정을 보지 못하고 나비를 납으로만 알아듣는 것. 이런 동문서답은 무언가를 건져 올리기 위해서는 숨을 참고 기다리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내면에 있다. 나중엔 아이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만, 그렇다고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비 역시 강물 속으로 가라앉으려고만 하는, 위태로운 몸짓 이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낚시를 가서까지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는, 어렵고 힘든 가장의 마음이 훤히 읽힌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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