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해적과 교전에서 부상당해 미군 함정에서 치료를 받은 북한 선원이 미 해군 의료요원에 의해 다시 북한 선박에 인계되는 모습.
지난해 10월 소말리아 해역 북한 선박 구조작전에 참가했던 로이 박 소위가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말 하니 북 선원 반색”
지난해 10월 소말리아 해역의 망망대해에서 펼쳐진 미 해군 함정의 북한 선박 ‘대동단호’ 구조 작전. 북미 양국이 해적에 함께 맞서 대테러전을 벌인 사상 초유의 일로 국내외에 소개됐던 당시 작전의 한복판에는 바로 남가주 출신의 한인 2세 해군 장교인 로이 박(23) 소위가 있었다.
선원들 쾌활하고 협조적… 꼬박꼬박 존댓말
“한국 사람 있나” 물었다 “없다” 대답에 무안
미 해군 함정 제임스 윌리엄스호의 유일한 한인 탑승자였던 박 소위는 “북한 선원들이 무전기를 통해 한국말을 듣고 너무 반가워하며 빨리 와 달라고 요청했다”며 북한 선원의 구조 요청으로 긴박하게 돌아갔던 당시를 회상했다.
6개월간 소말리아 해역에서 대 테러 및 해적 소탕작전을 펼치다 휴가차 그라나다힐스의 집에 들른 박 소위는 “2세여서 한국말이 유창하진 않지만 작전 당시 캡틴이 ‘나 보다는 네 한국말이 낫지 않겠느냐’고 연락을 지시했다”며 당시 북한 선원들과의 교신을 맡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소위가 북한 선원들과 한국어로 첫 교신을 나눈 것은 대동단호에 무선 연락을 취한 지 30여분이 흐른 후. 불러도 대답 없던 대동단호의 북한 선원들은 지하 엔진실에서 해적을 격투 끝 제압한 후 무전기를 가까스로 사용할 수 있었다.
박 소위는 “처음에는 한국말을 하는 것이 긴장됐지만 이내 적응이 돼 이들과 편하게 의사교환을 했다”며 “해적을 제압한 북한 선원들의 용기와 너무나 감사해 하는 공손한 태도에 놀랐다”고 말했다.
박 소위에 따르면 당시 북한 선원들은 매우 협조적이고 쾌활했으며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는 등 매너가 좋았다고 한다. 특히 선장은 영어도 잘하고 매우 붙임성이 있었다고 박 소위는 전했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과 처음 대면했던 박 소위는 대동단호에 올라탄 후 “한국사람이 몇 명이나 있느냐”고 물었다가 “한국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북한 선원의 썰렁한 대답을 듣고 한참동안 민망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또 당시 놀랐던 점은 북한 선박 내에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걸려 있고 모든 선원들이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었던 것이라고 박 소위는 전했다.
그라나다힐스에 사는 박광섭·은숙씨의 1남2녀 중 막내로 미국에서 태어나 밴나이스 고교를 졸업한 박 소위는 UC샌디에고에서 예술을 전공한 후 해군에 장교로 입대한 남다른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아버지도 한국에서 군 생활을 하셨고 군대 경험이 남자로서 큰 도움이 된다는 주위의 조언에 따라 ROTC로 해군에 복무하게 됐다”고 밝힌 박 소위는 “북한 선원을 구조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꼈다”며 한인 해군장교로서의 긍지를 나타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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