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 피신 플로르 크리소스토모씨 본보 단독 인터뷰
그 어떤 제도도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빼앗을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지난달 27일 이민당국의 추방령을 거부하고 시카고시내 ‘아달베르토 연합감리교회’(Adalberto United Mthodist Church)로 피신<본보 1월29일자 2면 보도>한 이민 운동가 폴로어 크리소스토모(28)씨는 앞으로도 불법이민자들의 인권회복과 합법적 신분 보장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크리소스토모씨는 30일 자신이 피신해 있는 교회에서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정부는 불법 체류자들을 처벌하기 전에 그들이 왜 불법 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원인을 먼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994년 NAFTA 협정이 체결된 이후 미국의 농산물과 각종 상품들이 멕시코로 밀려들어오면서 멕시코의 경제는 한마디로 쑥대밭이 됐다. 때문에 다수의 멕시코 주민들이 먹고 살길을 찾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 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알베르토연합감리교회에는 한때 아들과 함께 피신했다가 결국 멕시코로 추방된 엘비라 아레야노씨가 1년동안 머물렀던 교회이기도 하다. 다음은 크리소스토모씨와의 일문일답.
▲미국에는 왜 오게 됐는가?
-어머니가 고향인 오하까(Oaxaca)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다. 그런데 1994년 나프타 협정이후 미국의 농산품, 생필품들이 몰려오면서 멕시코의 경제는 완전히 무너졌다. 어머니의 식당은 물론 수천, 수 만개의 가게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나에겐 부양해야할 두 명의 여동생과 세 자녀가 있었기 때문에 지난 2000년 어쩔 수 없이 밀입국을 해야 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아리조나 사막을 통해 밀입국을 시도했을 당시 총 150명이 함께 왔다. 그러다 임산부를 포함, 일부는 물을 못 마셔서 죽고, 또 일부는 경찰에 체포됐다. 결국 마지막 까지 입국에 성공한 이는 15명뿐이었다.
▲시카고에 정착해서는 어떤 일을 했나?
-2001년 나무상자와 깔판을 생산해내는 ‘IFCO System’ 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스럽게도 그곳의 근무 환경이 아주 좋지 못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까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것은 보통이었으며, 물론 건강보험은 없었다. 그리고 에어콘이라든지, 히팅 등의 시설이 열악했기 때문에 건강에 탈이 나는 직원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정해진 양의 일을 끝내지 못하면 곧 바로 ‘해고된다’는 경고를 받았기 때문에 일이 힘들어도 게으름을 부릴 수가 없었다.
▲매달 가족에게는 얼마를 보냈나?
-매주 250에서 300달러 정도를 송금했다. 거의 내 한 달 샐러리와 맞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민 운동가로 활동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난 2006년 4월 16일 이민세관통제국(ICE)에 의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이민 단속이 있었다. ICE요원들이 내가 다니던 공장을 습격했고 난 체포돼 브리지뷰에 있는 구치소(Detention Center)에 30시간 동안 구금됐다. 이날 전국적으로는 1200여명, 시카고 지역에서는 26명이 체포됐다. 그런데 구치소에서 ICE요원들이 체포된 이를 대우하는 것은 한 마디로 경악 그 자체였다. 소리를 지르는 것은 물론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벽에 몰아세우고 몸수색을 했다. 우리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이름도 모르는 예방주사를 놓기도 했다. 난 그곳에서 추방명령을 받았지만 나를 포함해 그 때 체포됐던 모든 사람들은 법적 투쟁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그곳에서 석방되고 난 후에도 지금까지 시카고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이다. 구치소에서 유린되는 이민자들의 인권, 그리고 현재 불법체류자에 대한 정책이 ‘추방’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민운동가가 됐다.
▲석방된 것은 2006년도인데 최근에야 갑자기 교회로 피신한 이유는?
-그 동안 법적 투쟁을 계속해 왔으나 지난해 12월 결국 2008년 1월 28일까지 시카고를 떠나야 한다는 통보를 이민국으로부터 받았다. 고민을 한 끝에 난 가족들이 있는 멕시코 보다는 시카고에 남아 이민정책의 변화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기로 결심, 평소 내가 다니던 교회인 이곳으로 피신하게 됐다.
▲이민 운동가로서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선은 불법이민자들을 처벌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나프타로 인해 멕시코의 경제가 무너졌을 당시 멕시코에서 전문직을 갖고 있었던 이들은 그래도 합법적인 비자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서민들은 그렇지 못했다. 멕시코에선 먹고 살수가 없고, 미국 비자는 못 받으니 밀입국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 다음으로는 이민자들을 대하는 ICE 직원들의 태도 변화다. 불법체류자라고 해서 비인간적으로 대우한다면 결국에는 인종차별과 같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불법체류자들이 가족들과 결코 헤어지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보장이 돼야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로컬 경찰이 마치 ICE 요원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같은 행태도 사라져야 한다. 박웅진 기자
사진: 알베르토 연합감리교회에서 폴로어 크리소스토모(28)씨(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동료 이민운동가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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