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능한 일일까?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된 지 40년이 지난 오늘날 과연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을까?
불과 한달 전까지 흑인들도 감히 기대하지 못했다. 오히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 기울었던 흑인 표심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은 아이오와의 백인들이 오바마를 선택하면서였다.
아이오와에서 시작된 2008년 대선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과 경제 침체의 수렁에 빠져있는 현재 민주당으로선 백악관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난 8년간 부시 정권에 분을 품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반드시 백악관을 탈환해야만 한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다.
그런데도 아이오와에서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민주당원들이 ‘안전한 선택’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을 외면하고 흑인 또는 여성이라는 치명적 약점이 달린 오바마와 힐러리를 선택한 것은 어느새 우리도 모르게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나 기대를 갖게 한다. 경험에서나 정책적으로 결코 밀리지 않은 에드워즈는 오히려 백인 남성이기 때문에 역사적 변화의 물결에 떠밀린 셈이다.
최근 여론조사기관들이 빗나간 예측을 거듭해 망신을 당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대부분의 여론조사들은 공화당 경선에 대해선 적중했는데 이상하게 민주당 경선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자들이 조사대상 표본을 정할 때 과거 자료에 의존하는데 공화당 경선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는 반면 민주당에선 현재 전례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치에 관심 없던 젊은이들과 무소속 유권자들이 대거 민주당 예비선거에 몰리면서 선거가 열리는 곳마다 민주당 경선이 공화당 경선을 투표율에서 압도하고 있다. 공화당의 아성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오바마가 얻은 지지표가 공화당 경선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한 매케인과 허커비의 지지표를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실로 엄청난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대내외적으로 미국 사회에 대한 이미지가 하루 아침에 완전히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백인들이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이름의 흑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할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에 대한 미국인들의 싫증이 분명한 만큼 오바마가 본선에서 낙선한다면 원인이 뻔할 것이며 인종적 갈등이 드러나고 상처가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오바마는 민주당원들 가운데 아직 정치에 물들지 않아 로비스트들이 장악한 워싱턴에 참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와 공화당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몸에 담고 있다. 나아가 오바마의 입후보는 미국의 포용력과 편견, 과거와 미래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과연 무엇을 선택할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우정아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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