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지하철과 같다. 탑승구에 돈을 넣어야만 백악관행 열차의 문이 열린다.” 미국의 선거 전문가들이 천문학적 액수의 돈이 뿌려지는 대선을 빗대 종종 하는 비유이다. 엄청난 돈을 쓰지 않고는 백악관 입성이 힘든 것이 미국 정치의 현실이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는 3억달러가 넘는 돈을 캠페인에 사용했다. 2004년 레이스에서는 현직인 부시 혼자서 3억달러, 상대인 민주당 잔 케리는 2억4,000만달러를 썼다. 올 대선에서는 그 씀씀이가 더욱 커졌다. 각 당 후보들이 지난 한해 모은 돈만 5억달러를 넘었으며 본선이 끝날 때 즈음이면 1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에서 돈은 실탄이다. 특히 미디어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현대정치에서 돈은 유권자들에게 접근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를 살 수 있는 수단이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는 ‘수퍼화요일’을 이틀 앞둔 지난 일요일 수퍼보울 경기 중계에 자신의 광고를 내보냈다. 30초당 수백만달러 하는 광고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풍부한 실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선거 자금을 가장 알차게 사용하고 있는 후보는 누구일까. 단연 공화당의 마이크 허커비다. 그의 지금까지의 선거비용을 확보 대의원수로 나눠보면 한 명당 4만5,000달러를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화당 후보로 거의 확정적인 잔 매케인도 3,900만달러 지출에 683명 대의원을 확보해 한명에 5만7,000달러를 사용했다.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한 명당 9만달러, 또 오바마는 11만9,000달러 꼴로 지출한 것으로 계산이 나온다.
지출대비 대의원수로 볼 때 가장 손해나는 장사를 한 사람은 공화당의 미트 롬니. 무려 8,700만달러를 쓰고도 133명의 대의원을 얻는데 그쳐 한 명당 65만달러를 쓴 셈이 됐다. 그가 7일 전격적으로 레이스 하차를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화당과 국가를 위해 사퇴키로 했다”고 했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비즈니스맨 출신다운 냉철한 투자 득실 계산 후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가 자금력에 절대적으로 좌우되다 보니 후보들과 각 정당은 모금을 위해 눈에 불을 켤 수밖에 없고 이런 필요에 따라 정치자금 모금을 대행해 주는 컨설팅 업체들까지 우후죽순 처럼 등장하고 있다. 지난 9개월 동안 대행업체들에 지급된 돈이 3,000만달러를 넘는다니 이제는 정치자금 모금도 아웃소싱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선거에서의 미디어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선거자금 규모도 늘어 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선거에서는 “돈이 말한다”(Money talks)는 표현이 설득력을 얻을 수 밖에 없다.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의 하나는 오바마로의 돈 쏠림 현상이다. 오바마는 수퍼화요일 하루에만 인터넷으로 300만달러 등 최근 3,200만달러를 모으는 가공할 모금력을 보였다. 반면 레이스 초반 모금에서 오바마를 압도했던 힐러리는 1,400만달러를 모으는데 그쳐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두 후보간의 현 판세는 예측불허이다. 하지만 돈은 레이스에서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후보를 찾아 가는 경향이 있다. 역대 선거들이 이것을 보여주고 있다. 돈은 말을 할 뿐만 아니라 판세와 관련한 냄새도 잘 맡는다. “Money smells”라 할 수 있다. 돈의 흐름으로 본 민주당 판세는 오바마 쪽으로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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