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바는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 너무 남성적인 술집에 비해 분위기가 안락하고 가벼운 먹거리들이 여성들에게 어필하기 때문이다.
부담없는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한 잔 할 수 있는 와인 바가 급증하고 있다.
와인 지식 따지는 까다로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간단한 안주와 함께 저녁시간 즐기는 장소로 부상
적은 비용·적은 인력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장점
뉴욕 식당가의 한 와인 바. 수수한 목재 테이블과 목재 바 주위로 손님들이 가득 차 있다. 작은 홀 안에서 손님들이 와인을 홀짝 거리고 예쁘게 담아진 갖가지 치즈들을 나누고 안주 접시들을 주고받는 것이 저녁 시간이면 늘 되풀이되는 광경이다. 이전 같이 고급스럽고 까다로운 분위기를 탈피, 일상적이고 편안한 분위기의 와인 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뉴욕에서는 식당들이 밀집한 거리마다 과거 스타벅스 들어서듯이 와인 바가 생겨나고 있다. 와인을 잔으로 팔고 간단한 안주거리를 곁들이는 소박한 분위기의 와인 바이다.
뉴욕의 와인 바들을 조사해 소개하는 웹사이트(nywinebarguide. com)에 의하면 뉴욕에는 131개소의 와인 바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얼마 전까지의 통계여서 지금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웹사이트 담당자의 말이다.
이들 와인 바는 대부분 이탈리아식을 판으로 찍어낸 듯 비슷하다. 치즈나 살라미 접시와 파니니, 그리고 적포도주와 백포도주 12가지 정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외 한 단계 급을 올린 와인 바도 있고, 이탈리아 제품 대신 남아프리카 공화국 와인과 함께 남아공 먹거리들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와인 바도 있다. 그런가 하면 호주산 와인 목록을 훌륭하게 갖추고 부드럽고 통통한 프래즐에 겨자소스와 치즈소스를 곁들여 내는 와인 바도 있고, 스페인 와인에 스페인 햄과 치즈 등을 먹거리로 제공하는 와인 바도 있다.
와인 바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주로 유명 주방장이나 식당 업주들. 웨스트 빌리지의 유명 식당 모란디의 주방장인 조디 윌리엄스 등 이름 있는 주방장들이 와인 바를 열거나 공동 투자를 하고, 식당들이 와인 바를 여는 추세이다.
와인 바가 이렇게 많아지면서 다른 품목을 같이 곁들이는 이색적인 와인 바들도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와인과 초컬릿 바, 혹은 와인과 치즈 바 같은 것이다.
최근 늘어나는 와인 바의 특징은 옛날 같은 신기함 대신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것. 모퉁이 술집이나 커피 집처럼 동네 사람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25년 전만해도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 와인 바가 들어서는 것은 대단히 문화적인 뭔가가 등장하는 것 같이 보였었다.
와인이라도 한잔 마시려면 와인 제조 기술이나 토양 등에 관한 바텐더의 강의를 한바탕씩 들어야 하는 것이 당시 분위기였다. 와인 바들은 찾아온 고객을 만족시키기보다 와인이 얼마나 중요한 음료인지를 가르치는 데 더 목적이 있는 듯 했었다. 그러니 와인 바에 가면 사람이 주눅이 들게 마련이었다.
이런 초기 와인 바들은 대부분 몇 년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그렇게 한바탕 다시 문들을 열다가 다시 사라지는 사이클이 반복되곤 했다.
전혀 다른 종류의 와인 바가 뉴욕에 뿌리 내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서였다. 소박하고 부담 없는 분위기의 와인 바들이었다. 고객들을 와인 애호가로 개종시키려는 시도도, 강연을 하려는 시도도 없이 그냥 와인을 제공하며 고객들이 알아서 즐기게 했다.
값도 싸고 분위기도 부담이 없는 이들 와인 바가 고객들을 끌기 시작했고 특히 여성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되었다. 여성들로서는 일반 바의 너무 남성적인 분위기를 떠나 편안하게 한잔 할 장소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이런 추세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뉴욕에 와인 바가 늘어나는 중요한 이유는 뉴욕시에서 식당을 개업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가 압도적인 요인이다”고 한 식당 주인은 말한다. 식당을 시작하려면 장소 임대료, 인건비, 식당장비 등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데 비해 와인 바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식당업에 뛰어들고 싶은 사람들이 첫 도전으로 시도해볼 만한 것이 와인바라는 것이다.
이스트 할렘에서 학교 선생이었던 라파엘 마티오는 식당을 해보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정식 식당은 재정적으로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 자신 아주 유명한 주방장이거나 투자자가 따로 있지 않은 한 처음부터 식당을 시작하는 것은 머리가 돈 사람이나 할 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작은 예산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구상하던 그는 이스트 12가에 별로 비싸지 않은 가게를 하나 얻었다. 거기에 전기 오븐과 샌드위치 프레스를 마련하고 지난 2월 와인 바를 시작했다. 햄과 치즈 그리고 와인을 제공하는 작은 바로 그 자신을 포함, 한번에 일하는 사람이 3사람 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첫 달에 본전을 뽑았다. 식당 주인들이 들으면 꿈과 같은 일이라고 할 것이었다. 그리고 한달 후인 3월에는 매상이 두배로 뛰어 올랐다. 대 성공이었다.
브루클린에 식당 6개를 운영 중인 짐 매머리 같은 사업주 역시 경비 안 드는 사업으로 와인 바를 시작했다. 가능한 한 경비를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원칙하에 블랙 마운틴 와인 하우스를 열었다. 여기에는 개스 시설도 없고 난방은 벽난로뿐이고 설비라고는 접시 세척기 한 대 뿐이다.
이같이 경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도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와인 바의 장점이다.
한편 옛날 같이 지식 주입 분위기는 아니더라도 ‘교육’이 완전히 사라질 수 없는 것이 와인 바의 특징이다. 대부분 와인 바에서는 보통 몇 가지 와인을 시음용으로 내놓고 고객들이 맛을 본 후 고르게 한다. 그러니 각 와인에 대한 설명이 따라 붙고 설명을 하다보면 와인을 둘러싼 상식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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