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성
피부관리 국제면허 소지자
반신욕 (2)
냉탕에서 물장구치고 노래 부르고 그 뿐인가. 한증막에서 거적을 쓰고 누워 있던(이 모양을 볼 때마다 어쩐지 영화 “벤허”가 생각난다.) 어수선하지만 익숙하던 목욕탕 풍경을 일거에 뒤바꿔 버린 것이 바로 반신욕이다.
반신욕이란 신체의 하반신, 더 정확하게는 배꼽과 명치끝의 중간 정도까지 물에 담그고 20분에서 30분 정도 앉아있는 방법을 말하는데 이때 양손은 물에 담그지 않는다.
또 물의 온도도 평균적인 열탕의 온도인 섭씨 42도 대신 신체의 정상온도인 36.5도보다 조금 높인 38도 정도로 유지한다.
이렇게 미지근한 물에 그것도 몸을 반만 담그고 있는데 땀이 날까 싶지만 20여분을 넘기면 속에서부터 열이 나면서 땀이 많이 난다.
반신욕의 기본 원리는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면 만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두한족열(頭寒足熱) 이다.
반신욕은 전신을 물에 담그는 전신욕에 비해 여러 가지의 장점이 있는데 첫째, 전신욕은 심장에 상당한 수압을 주어 혈압을 순간적으로 높여 고혈압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위험한데 비해 반신욕은 심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혈관을 이완시켜 혈행을 개선시킨다고 한다.
둘째는 급격하게 땀을 빼면 무기질이나 전해질이 함께 빠져나가는데 반신욕은 천천히 땀을 내어 무기질이나 전해질의 손실을 줄이면서 노폐물이나 독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근육을 이완시키고 냉증을 제거시키고 피로를 해소하는 등등의 장점이 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이 방송되자 그야말로 목욕탕에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 이제까지 냉탕 열탕 증기탕 사우나탕에 있던 사람들이 죄다 온탕에만 몰려들게 된 것이다.
다른 곳은 텅텅 비고 온탕에만 사람들이 바글바글 그것도 30분 이상씩 들어 앉아 있는 모양이 흡사 그 옛날 구정 전날의 목욕탕 풍경과 흡사하다.
그러자니 부랴부랴 목욕탕들이 대대적인 수선에 들어갔다.
우선 욕조의 수위를 반신욕에 맞춰 배꼽 위까지 오게 조정하고 수위에 맞춰 욕조 안에서 앉아 있을 수 있게 단을 설치하고 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 온도계를 설치하는 공사를 했다.
상반신은 물에 담그지 않은 채로 욕조 둘레에 빼곡하니 사람들이 앉아 있는데 어떻게 물장구를 치거나 노래를 부를 수 있겠는가.
그 대신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니 나름대로 목욕탕이 상당히 지적인 분위기로 바뀌게 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참으로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민족인 것이 어쩌다가 방송에서 무슨 야채가 몸에 좋다고 하면 다음 날 시장에서 그 야채가 동이 나 버린다.
그런데 반신욕에 관해 몇 주간 시리즈로 방송을 했으니 그 파급력이 오죽하겠는가.
반신욕이 집중력을 높여 수험생들의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욕조에 들어앉아 욕조 위를 덮개로 덮어 책상을 삼아 공부를 하는 학생의 모습까지 화면에 나오니 집에서도 반신욕을 할 수 있게 만든 반신욕 전문 욕조를 비롯한 많은 부품이 나오고 많은 집들이 목욕탕 공사를 했다.
그 즈음에는 온 사방에서 반신욕에 관한 화제가 만발했었는데 병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반신욕이 전파를 탄 것이 초겨울이었는데 그 해 겨울은 반신욕이 피부과를 먹여 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피부과에 환자들이 몰려 그야말로 호황을 누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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