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송 <코메리카은행 기업금융담당 부행장>
주류 기업금융 환경가운데 널리 활성화되어 있는 대출상품 중 자산근거 대출(Asset Based Lending, ABL)이 있다. ABL은 한국에는 없는 금융상품이기에 다수의 한인 기업주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자산근거 대출이다. ABL 크레딧 라인도 일반 기업 라인 오브 크레딧과 똑같이 기업의 매출채권(A/R)과 재고가 현금으로 전환되기까지 필요한 운영자금의 수요를 충족시키게 된다.
대출한도, 재고규모 따라 주기적 변동
일반 크레딧 라인과 다른 점은 기업의 대출 한도가 A/R과 재고의 규모에 따라 주기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팩토링과 ABL의 다른 점은 팩토링은 A/R을 팩토에게 디스카운트로 팔고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지만, ABL은 기업이 계속 A/R 등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상태에서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쓰는 것이다.
대체로 부채비율이 아주 낮거나 사업 규모에 비해 대출금 수요가 적은 기업에게는 크레딧 카드처럼 정해진 한도 내에서 언제든 쓰고 갚을 수 있는 라인 오브 크레딧이 적합하지만 이런 대출 구조는 기업의 부채비율 등 재무제표상의 수치, 현금 흐름, 최소 수익 등에 은행의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다. 반면에 ABL은 A/R과 재고 등 운영자산의 질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진다.
부채비율 높은 기업에 적합
그렇기 때문에 ABL은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높거나 현금흐름이 상대적으로 약한 기업에 적합한데 이에는 고성장 기업, 인수 합병(M&A)을 진행하는 기업, 구조 조정을 거친 기업, 매출이 주기적인 기업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일반 크레딧 라인에 비해 ABL 구조가 기업의 대출 한도를 더 높일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인 기업들도 ABL을 대안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ABL도 일반 기업대출처럼 라인 한도가 있지만 실지로 쓸 수 있는 금액은 borrowing base(대출근거)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는 A/R과 재고, 고정자산 등 담보물에 대한 advance rate에 근거하여 설정된다.
예를 들어 은행이 고성장 하고 있는 ABC, Inc.라는 기업에 1,000만달러의 ABL라인을 주고 advance rate를 적격한 A/R의 80%와 적격한 재고의 50%로 정했다 치자. 매달 은행에 제출해야 되는 증명서에 따라 적격한 A/R이 500만달러이고 적격한 재고는 700만달러로 산출되었다 하자. 이 상황에서 ABC가 쓸 수 있는 최대 대출금은(500만×80%)+(700만×50%)=750만달러가 되며 이 금액을 borrowing base라고 한다.
만일 내달의 borrowing base가 850만달러라면 ABC는 그만큼 라인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ABC의 라인이 1,000만달러라 해도 borrowing base가 그 이하이면 쓸 수 있는 금액이 라인 액수보다 적은 것이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한도 액수가 borrowing base에 의해 제한되기 때문에 은행은 일반 라인을 고려했을 때에 비해 더 높은 라인 금액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은행이 기업 운영자산 실사
다시 말해서 ABL 구조가 아니었으면 은행이 ABC에 제공할 수 있는 라인 규모가 1,000만달러보다 훨씬 적은 액수였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고성장하고 있는 ABC는 이미 1,000만달러의 라인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추가로 라인 증액을 요구하지 않아도 매출 성장을 수반하는 A/R과 재고 증가에 따른 borrowing base의 증액으로 최대 1,000만달러까지 필요한 대출금 수요를 충족시키게 된다.
ABL에 익숙하지 않은 한인 기업이 ABL 라인을 검토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 중에 기업의 운영자산에 대한 은행의 실사가 있다는 것, 부적격한 A/R과 재고가 borrowing base에서 제외된다는 것, 그리고 기업의 특성과 업종에 따라 advance rate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등이 있다.
다음주 칼럼에선 그 이유들과 한인 기업들이 ABL을 활용할 수 있게 준비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검토해 보기로 하자.
dsong@comer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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