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윤식 기자
생색내기용 지원 개선해야
지난 22일 다운타운 맥코믹 플레이스에서 ‘2008년도 시카고 전기송배전박람회(IEEE/PES)’가 열렸습니다. IEEE/PES는 미국에서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유력 송배전박람회로서 전 세계의 에너지, 전력 관련 기업 및 바이어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세계적 행사입니다.
한국에서는 한국전력(이하 한전) 및 22개 협력업체 외에도 현대중공업과 LS전선, 효성중공업, 일진전기 등 우수 기업들이 대거 참가했습니다. 한미 FTA 타결을 기회로 한국내 중전기기 및 전력 IT 분야 우수기업들이 북미 전력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게 이번 방문의 목적입니다. 한전의 경우 직접 수출을 하기 보다는 비용 등의 이유로 해외 독자 진출이 어려운 중소기업 지원차 박람회에 참여했습니다. 한국전력의 영문 약칭인 KEPCO란 이름으로 대형 부스를 세우고 그 안에서 중소기업들이 회사별로 상담하는 형태였지요. 이에 대해 한전은 요새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대기업-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의 일환이라면서 중소기업이 미국 시장을 뚫어서 수출하는 데 적극 도움이 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하고 이끌어준다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마는 그럴수록 겉으로 보여주기 위한 생색내기용 지원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이 아쉽기만 합니다. 박람회 현장을 지켜보면서 눈에 띄게 아쉬운 부분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전력시장의 특성상 장비 수출은 입찰에 의한 수주 형태가 많습니다. 또 국가기간산업 측면이 크기 때문에 타국 기업에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기보다는 대형 회사간 계약에 협력업체로 참여하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하지만 한전은 장소와 체제경비만 지원할 뿐 나머지는 중소기업들이 ‘알아서 하라’는 입장입니다. 미국의 전기 관련 시설이 노후화됐고 교체시기가 왔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뒷짐을 진 채 중소기업만 앞세워 대규모 시장을 뚫겠다는 것입니다. 기자가 한전 관계자에게 던진 질문 중에는 ‘시카고를 방문한 김에 일리노이주의 대표적 전력회사인 ComEd와 접촉할 계획이 있는지’도 있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없다”는 한 마디더군요.
대신 박람회 내내 한전측은 식사를 어디서 할 것인지, 시카고 근처 맛있는 한식당은 어디에 있는지, 시카고 관광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하는 데 모든 관심이 쏠려있었습니다. 협력업체들이 썰렁한 부스에서 ‘혹시 모르는’ 행운을 기다리며 바이어를 기다리는 모습과는 대조적인 광경이었지요. 중소기업을 위해 직접 지원에 나서겠다면서 식당 정하느라 허비할 시간은 있고 주류 전기회사와 접촉할 계획은 없는지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전은 2006년에도 협력업체들과 박람회에 참가, 수십만달러의 행사 지원 비용에도 불구하고 2007년 말까지 고작 90만달러의 실적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행사 지원비용 30만달러 만큼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전시행정 차원의 생색내기용 지원에 머무는 한 ‘해외시장 진출’은 언제까지나 구호에 그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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