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관(1968~) ‘패배는 나의 힘’ 전문
어제는 내가 졌다
그러나 언제쯤 굴욕을 버릴 것인가
지고 난 다음 허름해진 어깨 위로
바람이 불고, 더 깊은 곳
언어가 닿지 않는 심연을 보았다
오늘도 나는 졌다
패배에 속옷까지 젖었다
적은 내게 모두를 대가로 요구했지만
나는 아직 그걸 못하고 있다
사실은 이게 더 큰 굴욕이다
이기는 게 희망이나 선이라고
누가 뿌리 깊이 유혹하였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다시 싸움을 맞는 일
이게 승리나 패배보다 먼저 아닌가
거기서 끝까지 싸워야
눈빛이 텅 빈 침묵이 되어야
어떤 싸움도 치를 수 있는 것
끝내 패배한 자여,
패배가 웃음이다
그치지 않고 부는 바람이다
세상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지고 또 지고, 날마다 지다가 항복! 두 손 반짝 들고 가는 게 인생인 것을. 그런데도 세상 한번 이겨보겠다고, 공연한 희망을 품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터지는 것이 인생이다. 글러브 끼는 것으로 하루는 시작되고, 바람은 생의 가장 날카로운 신경을 툭툭 건들며 싸움부터 부추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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