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1947~) ‘칫솔질을 하며’ 전문
요즘은 이 닦는 법을 다시 배웁니다
하루에 세 번, 삼종기도처럼 닦습니다
아침에 하는 칫솔질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온종일 해둘 말과 생각을 구석구석 닦습니다
점심때 하는 칫솔질은
생각 없이 불쑥 튀어나온 독설과
이빨 사이 낀 저주를 닦고 파냅니다
어쩌다 부러진 이쑤시개의 분노와 마주칠 때는
이내 거품을 물고 있는 후회로
양치질을 한 번 더 해둡니다
잠들 때 하는 칫솔질은
하루 종일 씹고 내뱉은 죽은 언어의
껍질을 헹구어 내고
생쥐같이 몰래 들락거렸던 당신의
목구멍에 경배 드리는 일입니다
하루의 재앙이 제 입에서 나왔다는 것을,
때늦은 반성문처럼 졸리운 칫솔로
꿈의 혓바닥까지 박박 긁어냅니다.
사건의 발단은 대부분 세 치 혀에서 일어난다. 그러한 혀가 이무기처럼 들어앉은 동굴. 이 닦는 일을 하루에 세 번 올리는 삼종기도에 비하고 있다. 젊은이라면 이런 사유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말 때문에 타락하고 말 때문에 천국을 망쳐먹은, 하루의 재앙을 뱉어낸 사람은 수도 없이 많겠으나 성자가 될 나이가 아니고선 감히 해볼 수도 없는 성찰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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