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애경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전문
날마다 한치씩 가라앉는 때
주변의 모두가 의자째 나를 타고 앉으려고 한다고
나 외의 모든 사람에겐
웃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될 때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
눈길 스치는 곳곳에서
없는 무서운 얼굴들이 얼핏얼핏 보일 때
발바닥 우묵한 곳의 신경이
하루 종일 하이힐 굽에 버티느라 늘어나고
가방 속의 책이 점점 늘어나
소용없는 내 잡식성의 지식의 무게로
등을 굽게 할 때
나는 내 방에 돌아와
바닥에 몸을 던지네
모든 짐을 풀고
모든 옷의 단추와 걸쇠들을 끄르고
한쪽 볼부터 발끝까지
캄캄한 속에서 천천히
바닥에 들러붙네
몸의 둥근 선이 허락하는 한도까지
온몸을 써서 나는 바닥을 잡네
바닥에 매달리네
땅이 나를 받아주네
내일 아침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그녀가 나를 지그시 잡아주네
위층으로 이사 온 지 반년인데도, 그때의 기억이 나를 조심성 있게 만들어 준다. 못 하나 떨어지는 소리에도 신경이 쓰였던 아래층의 기억. 얼굴도 모르는 아래층 사람의 표정을 떠올리며 나는 점점 소심한 사람이 되어간다. 밑에 있는 것이 차라리 좋았다고. 더는 떨어질 곳도 없는 거기. 바닥과 점점 가까워져야할 나이에 상승은 어쨌거나 불안하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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