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위한 장기적 설계 필요
이번 여름에도 많은 한국 학생들이 미국에 입국하리라 본다. 영어라는 문화적 자산을 얻기 위하여, 비싼 대가를 치르며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나라에 공부하러 온다.
이 역시 자녀를 위한 투자임에 틀림없다. 안타까운 것은 현지 교육 제도나 현실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로 온다는 점이다. 귀중한 돈과 시간을 들여, 심지어 부부가 별거를 각오하며 자녀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려 하지만, 생각보다 간단하지는 않다.
특히 단기간에 눈에 띠는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에 현실과의 괴리에서 빚어지는 심리적 정신적 부담이 따르기도 한다.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의 학제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2학년과 3학년 사이에는 교과 과정의 깊이나 난이도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 킨더가든에서 2학년까지의 과정은 공부놀이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학년에 오르면교과서도 매우 두터워지고 어려운 용어도 적지 않게 등장한다. 따라서 3학년 이후의 과정으로 편입하는 학생들은 한 동안 힘든 적응 과정을 겪게 마련이다.
요즈음 미국에 공부하러 오는 많은 한인 학생들은 여러 해 동안 영어 학원을 다니며 이미 기본적인 생활 언어를 익히고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똑똑한 자녀들이 미국에 가서 한 두 해 안에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학년 과정까지는 별 문제 없이 잘 해낼 수 있지만, 일주에 두세 번 씩 몇 해 동안 영어 학원 다닌 정도로 초등학교라 해도 고학년의 미국 교과 과정을 쉽게 소화해낼 수는 없다.
중학교 과정 또는 고등학교 과정으로 편입하는 학생들은 매우 사정이 다르다. 언어에 대단한 재능을 지닌 학생이야 예외이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생활 자체가 곤욕이지 않을 수 없다.
영어로 진행하는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학생을 갑자기 중학교 과정에 배치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거의 아무 것도 수업 내용을 알아듣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숙제도 종종 놓쳐 낭패를 당하곤 한다.
이런 학생들은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간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밥맛이 사라지거나,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도 한다.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일부 부모들은 아이들을 이해하기 보다는 “왜 우리 아이는 저렇게 모자라나?”하며 한숨을 쉬곤 한다.
특히 주변에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있기라도 하면, 더욱 마음 상해한다.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자녀의 나이나 학년이 같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 보다는, 영어로 정규 과정을 공부한 연한을 기준으로 자녀의 학습 정도를 평가한다면 그렇게 낙담할 일이 아니다. 6학년 때 입학하여 지금 8학년이 되어 간다면, 우리 아이는 겨우 2년 동안 미국에서 공부를 해 온 것이다. 조금씩 격차를 줄여, 고등학교 과정에서 어렵다면 대학 과정에서 빛을 보면 되지 않겠는가.
혹 재능이 있는 데도 명문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면, 대학 때 잘해 프로그램 좋은 대학원에 진학하면 된다. 아무리 쥐어짜서 명문 대학에 진학한다 해도 경쟁력이 없다면 대학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는 어렵다.
문화적 자산이든 상징적 자산이든 값진 성과를 얻으려면, 자녀를 위한 장기적 교육 설계가 필요하다. 현지 학생들이 유치원 과정부터 여러 해 동안 학습 과정을 마쳐왔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조급한 마음으로 자녀를 재촉하지 않는 게 좋다.
학생의 심리적 상태가 안정되어야, 시련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녀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려 노력하고, 가능하면 자녀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한다면, 부부가 떨어져 살면서까지 이루고자 하였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알렉스 정
<코암 영재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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