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은 설사를 경우에 따라서 자세히 구별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물을 기울이는 것처럼 설사를 하고 장에서 소리가 나고 몸이 무겁고 배는 그다지 아프지 않은 증상을 보이는 습설, 몸이 무겁고 추위를 타며 배가 창만하여 끊어지듯이 몹시 아프고 장이 우레와 같이 울면서 설사를 하는 한설, 반대로 열설 또는 화설이라 부르는 설사로 증상은 입이 마르고 차가운 것을 좋아하며 복통과 설사가 교대로 나타나며 설사가 매우 급박하고 대변이 점도가 높습니다. 허설은 기운이 없어 무력하고 음식을 먹으면 곧 설사하고 배는 좀처럼 아프지 않으며, 활설이라 하여 설사가 오랫동안 계속해서 그치지 않고 지속되며 장위가 견고하지 못해 멈추지 못하고 기운이 매우 처져 있는 설사도 있습니다. 손설이란 먹은 음식이 전혀 소화가 되지 않고 설사에 음식이 그대로 나오는 설사를 말하며 음식을 끊으면 잠시 그치게 됩니다. 혹 설사하기도 하고 혹은 설사하지 않기도 하며 혹은 많이 하기도 하고 혹은 적게 하기도 하는 담설이 있고, 식적설은 복통이 심하고 설사하고 나면 통증이 감소하나 냄새가 계란 썩은 것 같고 트림하며 신물이 나는데 주로 음식을 과도하게 먹었을 때 잘 나타납니다. 술을 자주 많이 먹는 사람들은 음식과 술에 상하여 아침이나 새벽에 설사를 하게 되는데 주설이라 합니다. 비설은 팔다리와 전신이 무겁고 상복부가 답답하며 얼굴색이 누렇고 아랫배가 약간 답답하면서 설사가 나타나서 주로 노인의 신허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마지막으로 신설은 술과 상관없이 매일 새벽 또는 기상시에 설사가 나타나며 배가 울고 아프며 복통이 정처없이 나타나고 이질처럼 설사하고 뼈가 약하고 얼굴빛이 검습니다.
이처럼 설사에도 장부와 생활 습관 또는 체질에 따라 나타나는 증후가 다양하여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처방과 침 뜸 등의 치료를 동해 빨리 개선되도록 하는데 오래도록 설사가 낫지 않으면 기와 혈을 상하게 되어 악순환을 거듭하게 됩니다. 특별히 한의학에서는 설사도 생리적 반응의 하나로 보는 경우가 있어 함부로 지사제로 설사를 막으면 안되고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대처하여야 합니다. 설사를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습, 즉 수분을 조절하는 것인데 이는 비, 위, 신, 소장, 대장 등의 소화기관이 단계 단계에 적합한 기능을 작용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이 장부들이 협조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또는 한 장부 또는 그 이상의 장부 기능의 이상을 살펴 치료하게 됩니다.
특별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신생아나 영아들이 만성설사를 일으키는 경우는 분유가 맞지 않는다거나 분유 자체를 장에서 흡수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성 설사’ 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분유를 교체하거나 설사분유를 먹이면서 치료하면 한결 좋아집니다. 이외 속이 냉해지면서 오는 설사가 있습니다. 즉, 잘 때 이불을 걷어차서 배가 드러난 채 자거나, 찬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몸이 냉해져 설사를 하는 경우입니다. 특히 소화기관이 약한 아이들일수록 찬 것에 노출되면 바로 설사를 합니다. 어른들도 여름철에는 속이 냉해지기 쉬워 설사가 잘 생기므로 지나치게 차가운 과일(수박, 참외 등)이나 음식(팥빙수, 아이스크림 ,냉면, 소다 등)을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 속이 차서 자주 설사하는 사람은 비위를 따뜻하게 보하는 생강, 백출, 복령을 함께 끓여서 그 물을 평소 조금씩 먹으면 도움이 됩니다. 수분손실이 심할 때는 가정에서 보리차 1,000cc에 소금1/2T, 설탕 2t를 넣고 다시 잠깐 끓인 다음 먹으면 부족된 수분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홍시감 , 곶감달인 물, 불에 구운 마늘, 밤, 매실, 바나나, 찹쌀죽 등은 장을 안정시켜 설사를 멎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213)487-0150
조 선 혜
<동국로얄 한의대 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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