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연꽃’ 전문
사기점골 지나
신지리 늪지 가득
퉁퉁 눈이 부은 팔월 연잎들이
분홍색 상여 몇 채를 끌고오네
우두커니 발 딛고 선 둔덕
마음이 허벅지까지 늪에 감기네
여름밤 수런수런 모여앉아
종이를 자르고 상여꽃을 만들던
그 길가 종이꽃집 생각나
흐드러지며 웅크리며 겨우 들어올려진 상여를
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떠메고 가는
저 큰 손은 누구일까
어디서 상두꾼들 선소리 메기는
먼 파동이 귓등을 떠미는데
연밥들 바람에 흔들리며
나직나직 사잣밥 세 그릇을 내려놓고
수초들 물 흔드는 소리
이 못을 다 들쳐업고
미농지같이 얇은 울음을 끌고가는
저 말간 등은
삼베같이 풀 먹인 등은
연꽃이 실린 연못에서 한 채 꽃상여를 끌어올리는 일을 누가 할 수 있으랴.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시인은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다. 진짜 연꽃으로 가짜 연꽃을 만들어 상여를 치장하고, 솔밭 길에 선소리까지 풀어놓는 일. 연잎이 제기(祭器) 같다는 생각은 나도 해봤지만, 상여를 보는 건 뜻밖이다. 같은 연못을 들여다봤음에도.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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