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페인은 결코 총을 사용한 적이 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유리창을 깨트리거나 금고를 부수지도 않았다. 그저 날씬한 다리를 꼬고 앉아 진열장의 반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같은 세트의 귀걸이가 있는지 물어보고는 45분 후에 다시 오겠다며 일어났을 뿐이다. 점원이 페인에게 보여주었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개수가 모자란 것을 발견한 것은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우아하게 걸어 나가버린 후다. 그렇게 수십년이 흐르자 일하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얼굴이 알려진 것이다. 그녀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과 팩스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녀의 ‘커리어’가 막을 내리던 날, 라스베가스의 니먼 마커스 매장 시큐리티 가드들은 TV스크린을 통해 그녀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가 밖으로 나선 순간, 시큐리티 가드들이 다가왔다.
세련된 차림, 빼어난 화술로 주의 분산
50년 ‘활약’끝에 라스베가스에서 체포
네바다 교도소에서 2년 수감을 마친 후 다시 덴버에서 복역 중인 77세의 페인은 50년에 걸친 자신의 ‘성공적 커리어’의 비결을 털어놓도록 명령받았다.
“무척 재미있었어요. 정말입니다” 보석관련 범죄에서 페인은 희귀종이다. 보통은 살인강도가 흔하다. 샷건을 휘두르며 유리창을 박살내거나 보석을 운반하는 세일즈맨들의 자동차 타이어를 펑크낸 후 한적한 길에서 공격하는 잔인한 수법을 쓴다. 그러나 그녀는 재치와 매끄러운 말솜씨를 활용했다.
페인은 웨스트 버지니아의 탄광촌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그녀의 상상력을 키운 것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다. 소녀 페인은 엄마의 모자와 드레스를 휘감고 집안을 돌아다니며 레트 바틀러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스칼렛 오하라의 흉내로 온종일을 보냈다. 그녀는 일생을 진짜 자신이 영화 속 여자들이 된 듯 상상하며 흉내 내며 살았다.
페인이 13세 때, 동네상점에서 시계를 고르고 있었는데 백인 손님이 들어왔다. 백인 상점주인은 곧 새 손님을 맞으며 흑인인 페인을 무시해 버렸다. “시계를 그냥 들고 나가도 모르겠구나라고 순간 깨달았지요”
다음 몇 년은 실제로 도둑질은 안하고 보석류를 훔치는 연습을 했다. 첫 다이아몬드를 훔친 것은 27세 때. 포악한 남편을 떠나려는 어머니에게 돈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였다. 어머니가 “도리스, 이건 도둑질이야”라고 걱정하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난 훔치는 게 아니예요. 그들이 내게 갖게 해주는 것만 가질 뿐이예요”
페인의 비결은 단순하다: 고급 상점에 들어가 그 수준에 맞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난 옷 입는 법을 압니다. 너덜거리는 주름장식등은 딱 질색이예요. 고급 소재, 단순한 컷의 세련된 의상을 좋아합니다” 어떤 옷이든 그녀의 옷엔 주머니가 달렸다, 크고 깊숙한 주머니다.
보통 적어도 5개 이상의 보석류를 보여 달라고 한다. 주로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 반지들이다. 마음속으로 훔칠 것이 정해지면 손가락에 끼어보면서 낀 것을 점원이 꼭 보도록 한다. 그리곤 주의를 분산시키는 작업에 들어간다. 카운터에 놓인 다른 반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점원에게 또 다른 것들을 보여 달라고도 한다. 그러는 동안 끼었던 반지를 다른 손바닥에 옮겨놓는다. “점원에게 뺀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녀의 무대는 런던에서, 파리, 도쿄까지 전 세계로 넓혀졌다. 얼마나 많은 보석을 훔쳤는지는 자신도 알 수 없다. 고급호텔과 값비싼 식당을 돌며 사치스런 생활을 하는데 모자르지 않았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종말의 시작은 10년전 덴버의 니먼 마커스에서 5캐럿 다이아몬드를 훔쳤을 때다. 몇 달 후 펜실베니아의 샤핑몰에서 그녀를 알아 본 경비원에게 체포되어 12년형을 선고받았다. 2005년 집행유예로 나온 그녀는 네바다로 가서 8,500달러짜리 반지를 훔쳤고 다시 캘리포니아의 팔로알토 니먼 마커스에서 3만1,500달러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슬쩍했다.
이틀 후 라스베가스의 니먼 마커스의 시큐리티 카메라에 잡힌 그녀는 2,700달러어치의 훔친 의류가 담긴 백을 든 채로 체포되었다.
경찰조서 작성 때 페인이 밝힌 자신의 직업은 ‘보석 도둑’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의 ‘커리어’는 끝났다. 콜로라도에서 형을 마치고 나오면 81세가 되는데 다시 캘리포니아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교도소 안에서도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는 그녀가 재기를 다짐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석 도둑’이라는 본업으로 돌아가기는 불가능 하다. 도리스 페인의 사진을 종업원들이 다 볼 수 있도록 뒷방에 붙여놓지 않은 보석상은 미국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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