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사진)와 내가 만난 것은 10년하고도 3개월 전이다. 유난히 주변에 관심이 많아 야단을 맞으면서도 모든 소리에 사방을 두리번대던 어렸을 적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주마는 어느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마음이 따뜻하며 한번 알려준 것은 어느 누구보다도 빨리 배우고 성실히 수행을 했다. 주마는 나와 한 팀이 되어 지금까지 10여년이 넘게 그동안의 희노애락을 함께해 온 가장 가까운 친구이다.
주마와 수많은 여행도 함께 했다. 연방정부 교육부의 일로 한 달에 2~3번씩 워싱턴을 다닐 때도 항상 비행기를 타고 함께 갔고, 911사태로 비행기 운행이 중지되던 날은 시카고에서부터 자동차를 빌려 LA까지 며칠에 걸쳐 운전을 해 오기도 했다. 그랜드캐년에서 헬기로 캐년을 함께 돌아보기도 했고 록키산의 정상에 있는 호수에 함께 발을 담그기도 했다. 큰 한인사회가 있는 애틀랜타와 뉴욕, 뉴저지, 시애틀과 샌호제, 텍사스 등에 장애인과 부모님들을 위한 강의를 할 때도 항상 내 옆에는 주마가 있었다.
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내가 학생들에게 관심을 두는 것에 질투심을 느끼던 주마였고, 일년에 한번 한국에 갔다 올 동안 떨어져 있다 만나면 며칠씩 화를 내고 구석에서 눈길도 주지 않던 주마였다. 골프장에 가면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누구보다도 행복에 겨워 잔디밭을 온몸으로 비벼대고 너무도 신나게 잔디밭을 달리던 주마였다. 어디를 가든 주변 사람과 금방 친구가 되고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오히려 나를 뒷전에 두게 하기도 했다.
주마는 골든리트리버 엄마와 레바도 아빠사이에서 양쪽의 좋은 점만을 가지고 태어나 지난 10년동안 나와 함께 한 도우미견이다. 주마가 사람들과 같이 70~80년을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주마의 평균수명은 15년 정도이다. 이제는 12살이 넘어 눈도 어두워지고 움직이는 것이 점점 느려만 지고 있다. 불러도 금방 뛰어오지 못하고 내가 일을 하면 혼자 자기 침대에 누워있기만 한지 꽤 된다. 주마는 평생을 바쳐 봉사를 했기에 이젠 주마에게 편안한 시간을 지낼 수 있게 은퇴를 시켜주어야 한다.
도우미견이 은퇴를 하면 장애인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함께 갈 수 있던 자격이 없어지고 일반 개들과 같이 허락되는 곳만 갈 수 있게 된다. 은퇴 후 살 곳은 그동안 주인이었던 나와 계속 사는 방법이 있고, 훈련을 담당했던 기관으로 돌려주어 그 기관에 은퇴한 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분양되는 방법이 있으며 아니면 내가 원하는 가정으로 보내는 방법이 있다.
주마는 태어나 한살이 될 때까지 키워준 자원봉사 가정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흔치않은 일이지만 주마를 키워준 가정의 부부와 난 매우 친하게 지냈고, 주마는 그동안 일년에 한 번씩 그 집으로 놀러가 2주씩 지내곤 했었기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 적응해야 되는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주마는 일생을 바쳐 착한 일을 한만큼 복도 많다. 주마가 나에게 봉사해 주고 삶의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해준 것이 너무도 고마워 난 주마장학회를 만들었고 주마를 키워준 가정에서는 자신들의 재산의 일부를 주마를 훈련한 단체에 주마 이름으로 기부금을 내기로 했다. 모든 헤어짐은 슬프고 아픈 것이지만 주마와 나의 만남은 이렇게 몇 주 후 다가올 헤어짐으로 좋은 추억으로 가득 찬 삶의 완성을 앞두고 있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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